단단한 그늘

단단한 것은 사실 상처가 깊다 소나무 숲에서 비틀거리는 고목을 붙들어 허공에 키를 세운다 쇠로 된 지지대는 나무인 양 어깨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숲은 나무들의 집 오랫동안 그늘을 키운 고목의 힘으로 숲을 지탱하는, 노모 사고로 인한 뇌손상 탓인지 오래도록 비틀거렸다 자주 허공을 짚고 쓰러지곤 하여 지팡이와 유모차가 걸음 옮겨주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의 어깨가 늘 곁을 지켜야 했다
나무든 사람이든 서로가 서로에게 어깨를 내어주면 측은할수록 단단해지는 그늘이 된다 가벼워지는 노모, 그늘이 짙다
- 송문희, 시 '단단한 그늘'
단단해진다는 건, 상처에 상처를 더해 더께가 앉았다는 것, 단단해지기 위해 스스로 상처를 껴안은 채 몸부림치거나 그 상처 속에서 다시 소생했을 겁니다. 단단한 그늘을 키운 나무와 어머니. 허공을 짚고 다시 소생하는 정신력이 측은합니다. 단단한 그늘 속에서 오늘도 나의 그늘을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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