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은. 정

[스크랩] 다음에 춘천서 뵐수있기를... 강원일보 연예담당기자가 쓴 古길은정 이야기

목향 2009. 7. 7. 17:31

다음에 춘천서 뵐수있기를 ...   |  스타연예/ 2007.07  

 지난 2005년을 전후로 연예담당 기자로 활동하던 때 1년여동안 참 많은 연예인들을 만났다. 매일 1개면을 마감하는 상황이라 작고량도 꽤 많았던 것 같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연예인을 꼽으라면 화천출신 가수 古길은정을 꼽고 싶다..
 
 그녀가 전 남편과의 소송문제, 암투병 등 시련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대중에 알려진 상황이었고 그래서 나는 혈색이 좋지 않거나 다소 침울한 모습의 길은정을 생각하며 힘을 내라는 멘트를 준비하고 그녀를 만나러 갔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한림대 일송아트홀 공연자 대기실에서 만난 길은정씨의 모습은 매우 밝은 모습이었다
 오히려 나보다 더 반가워하면서 “고향에 오니 좋다”며 말을 거는 길은정의 웃는 모습은 너무 예뻤다.
 그 옆에는 길은정의 병간호를 위해 항상 동행한다는 길씨의 언니 길선옥씨가 함께 있었다.
 공연은 매우 잘 끝났다. 그녀의 신곡 `난 널'도 좋았고, 특히 그녀가 아낀다는 파란 기타를 직접 메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난 이날 취재했던 신문을 그녀가 싸인 옆에 또박또박 적어준 주소로 보내줬고, 이후 그녀로부터 이메일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잘 지내시는지요?
보내주신 신문 잘 받았습니다.
매일 발간되는 신문.
기사쓰기도 바쁘실텐데
잊지않고 챙겨 보내주시고
약속 지켜주셔서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답니다.
감사드립니다.
신문. 잘 간직할게요.
다시 춘천 갈 기회가 오고
또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잘 되시길 기도합니다.
그럼 다음에 또...
길은정 드립니다. ”

 이후 3개월에서 6개월 이라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누구나 종착역이 미정인 시한부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시점이 언제인지 알게 된 당사자의 고통은 얼마나 컸을까.
 간혹 방송에 비춰지는 그녀의 모습은 점점 야위어갔으며, 피부도 예전같지 않은 창백한 모습이었지만 웃는 모습만큼은 그대로였다.
 `남은 시간을 누구보다 더 아름답고 소중하게 쓰고 싶다'던 길은정은 사망하기 바로 전날까지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을 했었고, 열린음악회에 출연하기위해 리허설을 하다 쓰러지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짠하게 만들었다.
 춘천에서 다음에 또 뵙자고 인사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결국 2006년 1월7일 그녀는 세상을 떠났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 나는 같은 화천출신 가수인 노사연씨와 그녀의 언니 길선옥씨와 차례로 전화통화를 했다.
 처음 전화를 받은 노사연씨는 이 소식을 듣고 말문을 잇지 못했다.
 장례식이 모두 끝나고 길선옥씨는 길은정의 시집 `사랑하고 있습니다'와 CD를 우편으로 보내줬다.
 가끔 책상에 꽃혀있는 길은정 시집을 보면 그녀의 웃는 얼굴이 떠오른다.

출처 : 끝까지 함께해요
글쓴이 : 금선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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