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타인의 글) 588

피천득의 수필론

피천득의 수필론 수필은 청자(靑瓷) 연적이다.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청춘의 글은 아니요 수필은 흥미는 주지마는 읽는 사람을 흥분시키지는 아니한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숨어 있는 것이다. - 피천득의 《수필》 중에서 - * 수필은 톡 쏘는 탄산 사이다나 목울대를 자극하는 콜라가 아닙니다. 담담하고 담백한 풀빛을 머금은 녹차와 같습니다. 그 한 잔 속에 하늘과 땅이 담겨 있습니다. 비와 바람, 햇빛과 구름이 깃든 천년 고수 잎차의 맛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나의 수필 작법〉 발견과 깨달음/ 정목일

글/ 수필가 정목일 소재를 선택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순간적으로 마음이 끌렸거나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던 대상은 어떤 인연법에 따라 만나게 된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낱말 하나, 풀 한 포기, 돌맹이 하나가 내 눈과 마음에 들어오기까지 나와 인연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언제부터인가 모르긴 해도 생각 중에 눈맞춤해 두었기 때문에 낯설지가 않고 두고두고 마음에 담아놓고 대화하고 싶어진 게 아닐까. 내 마음을 끄는 소재는 수수하고 소박하며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들이다. 누가 한 번 이름을 불러주지도 않을 듯 외로움을 간직한 대상들이다. 다가가 다정히 손을 잡아주고 말을 건네고 싶다. 소재의 선택은 새로운 세계의 발견이자 만남이며, 깨달음이 아닐 수 없다. 하늘 아래 땅 위의 삼라만상이 수필의 소재가..

집을 보면서 / 김태길

집을 보면서 / 김태길 ​ 아내는 동창회가 있어 오래간만에 나들이가고 아들은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은 오후, 서재에 홀로 앉아 집을 지킨다. 조용한 집에 혼자 있게 되면 공부의 능률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도리어 잡념만 찾아들어 책을 읽어도 정신 집중이 잘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도 가끔 혼자서 집을 본 기억이 있다. 누나는 시집을 가고 큰형은 외가에서 충주 읍내 학교에 다녔을 때, 아버지는 늘 객지로 돌아다니시는 버릇이 있어, 우리 집에는 어머니와 작은형과 나 세 사람만이 살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들 형제를 산마을 집에 남겨 두고 친정에 가시는 일이 종종 있었고, 나보다 아홉 살 위인 작은형은 집 보는 일을 나에게 떠맡기고 건넛마을로 놀러 가곤 하였다.​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집 잘 보라는 형의 ..

살구꽃/ 백승훈

살구꽃 살구꽃 : 살구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괴일나무로 키는 5m에 달하고 나무 껍질은 붉은 빛이 돌며 어린 가지는 갈색을 띤 자주색이다. 꽃은 3~4월에 잎보다 먼저 피는데 흰색에 가까운 연한 붉은 색이다. 꽃잎은 5장으로 매화와 흡사하다. ​ 살구꽃 볕도 잘 들지 않는 좁은 골목이 살구꽃 피어 온통 환하다 화사한 꽃빛에 이끌려 나무에게로 다가서다가 화르르 지는 꽃잎에 놀라 걸음을 멈춘다 꽃가지 사이를 날며 꽃을 쪼던 직박구리 한 마리 인기척에 놀라 힐끗 나를 보곤 이내 날아가 버린다 살구꽃 피었다 지듯 가지 위에 새 한 마리 앉았다 날아가듯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지나가는 봄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유채꽃

유채꽃 유채꽃 : 겨자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로 80보통 80∼130cm 정도까지 자란다. 어린 잎은 나물이나 김치를 담가 먹고 유채 씨에서 짜낸 기름은 콩기름에 이어 식용유로 많이 사용된다. 주로 밭에서 재배하며 봄에 피는 노란 꽃은 배추꽃과 비슷하다. 꽃말은 명랑,쾌활이다. 유채꽃 아이야 우울한 날에는 유채꽃 들판으로 가자 들판 가득 노랑 물감 풀어놓은 듯 그늘마저 눈부신 꽃들판 유채꽃을 보러 가자 눈보라 맵찬 추운 겨울 다 잊고 너끈히 한 세상 이룬 유채꽃밭 속을 거닐면 슬픔도 환한 빛이 되리라 아이야 우울한 날엔 봄바람과 노랑 정분 난 유채꽃을 보러 가자 ​ 글.사진 - 백승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