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타인의 글) 589

유채꽃

유채꽃 유채꽃 : 겨자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로 80보통 80∼130cm 정도까지 자란다. 어린 잎은 나물이나 김치를 담가 먹고 유채 씨에서 짜낸 기름은 콩기름에 이어 식용유로 많이 사용된다. 주로 밭에서 재배하며 봄에 피는 노란 꽃은 배추꽃과 비슷하다. 꽃말은 명랑,쾌활이다. 유채꽃 아이야 우울한 날에는 유채꽃 들판으로 가자 들판 가득 노랑 물감 풀어놓은 듯 그늘마저 눈부신 꽃들판 유채꽃을 보러 가자 눈보라 맵찬 추운 겨울 다 잊고 너끈히 한 세상 이룬 유채꽃밭 속을 거닐면 슬픔도 환한 빛이 되리라 아이야 우울한 날엔 봄바람과 노랑 정분 난 유채꽃을 보러 가자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봄날 같은 사람/이해인

봄날 같은 사람/이해인 봄날 같은 사람 힘들 때일수록 기다려지는 봄날 같은 사람 멀리 있으면서도 조용히 다가와 분위기를 따스하게 만드는 사람 소리를 내어도 어찌나 정겹게 들리는지 자꾸만 가까이 있고 싶은 사람 솔솔부는 봄바람 같이 자꾸만 분위기를 띄워 주는 사람 햇살이 쬐이는 담 밑에서 싱그럽게 돋아나는 봄나물 같은 사람 온통 노랑으로 뒤덮은 개나리같이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 사람 조용한 산을 붉게 물들인 진달래처럼 꼬옥 보고 싶은 사람 어두운 달밤에도 기죽지 않고 꿋꿋이 자기를 보듬는 목련 같은 사람 봄소식들을 무수히 전해주는 봄 들녘처럼 넉넉함을 주는 싱그러운 사람 너무나 따스하기에 너무나 정겹기에 너무나 든든하기에 언제나 힘이 되는 사람 그 사람은 봄날 같은 사람입니다.

폐교에 뜨는 별 / 정목일​

‘한번 찾아가 보리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아껴둔 곳이 있다. 사람마다 ‘추억의 성소(聖所)’가 있기 마련인데, 나에게도 그런 곳인 셈이다. ​시야에 남덕유산과 학교 모습이 보이자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예전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을까? 학교 풍경과 제자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있었다. 나는 그때 20대 총각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폐교가 된 지 오래된 운동장엔 잡초가 무성했다. 교사(校舍) 중앙에 ‘정직·질서·창조’라는 교훈이 그대로 붙어 있을 뿐 운동장엔 아이들 대신 잡초만 자라고 있었다. 교기 없는 게양대는 녹이 슬어 벌겋게 변해 버렸지만 풍향계는 혼자 돌고 있었다.​ 나는 문짝이 떨어져 나간 현관문 안으로 발을 들여다놓았다. 2년간 아이들을 가르쳤던 교실이며, 교무실을 보고 싶었다. 복도는 상수리나..

추억 일기 / 이해인 수녀님

◇ 추억 일기 / 이해인 수녀님 ◇ "엄마, 나야, 문 열어줘" 어느 날 해질녘 수녀원 옆집에서 들려오는 소녀의 고운 목소리 그 옛날 골목에 들어서면 파란 대문 앞에서 내가 했던 그 소리 어둠 속의 그 말이 하도 정겨워서 울컥 치미는 그리 움 어린 시절 동무들은 엄마를 거쳐 이젠 할머니도 되었는데 난 한평생 누구에도 엄마 한 번 되지 못하고 철없는 아이로만 살았구나 어린 꽃에게 나무에게라도 가만히 엄마라고 불러달라까? 감옥에서 나더러 엄마가 되어달라는 소년의 글엔 아직 답을 못하겠다

나팔꽃/ 백승훈

나팔꽃 : 메꽃과의 한해살이 덩굴식물로 인도가 원산지다. 길이는 3m까지 자라고 줄기의 전체에 아래를 향하는 긴 털이 있으며 덩굴성으로 왼쪽으로 물체를 감아 올라간다. 잎은 어긋나며 심장모양으로 3개로 갈라지며 꽃은 한 여름에 핀다. ​ 나팔꽃 천변 둑을 따라 보랏빛 나팔꽃이 한창이다 매일 오가면서도 눈치 채지 못했는데 꽃 핀 뒤에야 나팔꽃 덩굴이 있는 줄 알다니 타고 오를 것 없어도 포기할 줄 모르고 허공을 움켜 쥐고라도 뻗어가는 덩굴손 따라 나팔꽃들이 일제히 나팔 불며 새 아침을 노래하고 있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