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타인의 글) 589

겨울 개나리

겨울 개나리 개나리 : 물푸레나무과의 낙엽 관목으로 키는 3m 정도이고, 4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노란색 꽃이 1~3송이씩 핀다. 찬 서리 내린다는 상강 지나니 세상의 모든 꽃들 문을 닫아 걸고 떄 이른 한파주의보에 오소소 몸부터 떨려오는 입동 무렵 물무리골 생태탐방로 산책길에서 노란 개나리 꽃을 만났을 때 추위를 견딘 후에야 꽃을 피우는 녀석이 꽃빛에 허기진 나를 위해 찬바람 속에 피었나 싶어 철없는 아이처럼 좋아라 하다가 남 모르게 홀로 추위를 견딘 것은 아닌가 싶어 겨울 개나리 그 여린 꽃송이 하나 하나가 밤 깊어도 자꾸만 눈에 밟히는 것이었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참회나무, 저 붉은 열매가

참회나무, 저 붉은 열매가 참회나무 : 노박덩굴과의 낙엽관목으로 꽃은 5월에 피는데 흰색에 연한 자줏빛이 돈다. 열매는 둥글고 검붉은 색으로 익는다. ​ 참회나무, 저 붉은 열매가 초가을 산에 들면 초록의 나뭇잎 사이로 붉은 열매가 간간히 눈을 찔러 온다 봄날엔 꽃 핀 줄도 모르고 지나쳤는데 참회나무 열매가 붉은 등을 켜고 나를 멈춰 세운다 가을 볕 아래 훈장처럼 반짝이는 저 붉은 열매들 스스로를 뽐내는 법 없이 또 누군가의 주린 배를 채워 줄 귀한 양식이 되어줄 거라 생각하니 허투루 살아온 지난 날이 부끄러운 나를 참회하게 한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내 마음을 가을 숲으로

◆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 사랑하는 이여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어서 조용히 웃으며 걸어오십시오 낙엽 빛깔 닮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우리 사랑의 첫 마음을 향기롭게 피워 올려요 지금껏 살아온 날들이 힘들고 고달팠어도 함께 고마워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조금은 불안해도 새롭게 기뻐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부담 없이 서늘한 가을바람 가을 하늘 같은 사람이 되기로 해요 머리에서 짜내어 생각해보려 해도 점하나 생각나지 않던 기억이 그렇게 갑작스레 눈을 감듯이 생각나는 기억이 있습니다 점점 세상에 적응해 나가며 잊힌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부현듯이 걸음을 멈춰버리게 하는 기억하나 갑작스러운 소나기처럼 그 기억 속으로 적셔지게 하는 그런 기억하나... 어느새 지금이 아니고 바로 그때가 되어버립니다 가을을 느끼고 ..

다시, 능소화

다시, 능소화 능소화 : 중국 원산의 능소화과의 덩굴식물로 7~8월에 등황색 꽃이 핀다. 가지에 흡착근이 있어 나무나 벽을 타고 올라가는데 10m까지 자란다. 옛날엔 양반집에만 심어 양반꽃으로도 불린다. 다시, 능소화 ​땡볕에 그을려 초록 그늘마저 달아오르는 여름 한낮 태양을 능멸하듯 기품을 잃지 않고 한껏 우아하게 피어나는 꽃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삶에 집중한다는 것 누가 뭐라하든 자신의 아름다움을 지킨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 알기에 시들기 전 스스로 바닥으로 내려앉은 능소화 차마 밟지 못한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잊을 수 없는 사람 / 법정스님

수연(水然)스님! 그는 정다운 도반(道伴)이요, 선지식(善知識) 이었다. 자비(慈悲)가 무엇인가를 입으로 말하지 않고 몸소 행동으로 보여준 그런 사람이었다. 길가에 무심히 피어 있는 이름 모를 풀꽃이 때로는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하듯이, 그는 사소한 일로써 나를 감동케 했던 것이다. 수연 스님! 그는 말이 없었다. 항시 조용한 미소를 머금고 있을 뿐, 묻는 말에나 대답을 하였다. 그러한 그를 15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아니 잊혀지지 않는 얼굴(像)이다. 1959년 겨울, 나는 지리산 쌍계사 탑전에서 혼자 안거를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준비래야 삼동(三冬) 안거 중에 먹을 식량과 땔나무, 그리고 약간의 김장이었다. 모시고 있던 은사(恩師) 효봉선사가 그해 겨울 네팔에서 열리는 세계 불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