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타인의 글)

[스크랩] 이금림이 말하는 혼불작가 최명희

목향 2010. 12. 17. 10:45

이금림이 말하는 최명희

                -2006.12.14. 최명희 기념관에서-

 

                                                              月岩  이 희 정


  17년간-1981~1998 원고지 12,000여장-책으로 10권을 쓰고도 미완성인 채 고인이 된 혼불 작가 최명희를 말하는 이금림-드라마 작가 은 목이 메면 말을 멈추고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안경 밑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2시간 동안의 이야기 속으로 청중을 끌고 간다.

 

  중학교 동기동창인 두 사람은 교내 방송반원으로 같이 활동하며 우정을 다졌고, 점심시간 최명희의 자작 원고가 그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잔잔하게  흘러나오면 많은 친구들과 함께 먹던 점심을 멈추고 스피커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

원고 내용 만 훌륭한 게 아니고 그의 목소리 또한 기성 성우로 착각 하리만큼 고왔고 필재도 좋아서 서예가나 성우로  진출했어도 대성했을 것이라고 한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는 달랐지만 같은 골목 이웃에 살면서 조석으로 만나 전주천에

흐르는 맑은 물줄기를 따라 걷고 이야기하며 문학의 뜻을 다지는 사이 3년이 지나자 그는 이미 소설가로서의 틀이 잡혀져 있었다는 것이다.


  대학부터는 서울과 전주로 갈라졌지만 매일 편지로 문학의 뜻을 다지며 정신적인 동거를 하다가 그의 주선으로 전주기전여고 교사에서 서울보성여고 교사로 옮겨온 이후부터는 같은 서울에서 생활하며 매일 만난다.

그리고 삭령최씨-朔寧崔氏 문중 이야기를 소설로 쓰도록 권유했으나 자기 집안 선조님들의 숨은 이야기를 공개할 수 없다고 해서 전주이씨 문중 이야기인 것처럼 바꾸어서 작품화 하도록 했다.

 

  등장인물의 주인공 이강모-康模, 그의 아버지 이기채-起埰 그리고 그의 조부 이병의-秉儀도 이금림이 자료를 제공해서 전주이씨 문중의 의-기-강-재- 항렬-行列을 따랐다고 한다.

그는 10여 년간의 교직생활을 그만 두고 소설 쓰기에 전념한다.

침식을 잊고 매달린 결과 혼불 제1부가 1981년 동아일보 창간 60주년 기념 장편소설 공모전에 당선(상금 2000만원) 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어느 날 몇 사람의 친구들과 함께 무등산 건너편에 위치한 성산-星山 기슭의 식영정-息影亭을 들였을 때의 일이다.

일행이 모두 나왔는데도 보이지 안 해서 다시 가보았더니 식영정 문고리를 잡고 울고 있었다. 가자고 떠밀어도 계속 울면서 송강-松江 선생님과 만나고 있으니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한 것이 한 시간을 훌쩍 넘긴다.

 

  그는 성산별곡을 쓰셨던 현지에서 그 필자 송강 선생님을 만나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기에 그리도 슬피 울고 있었던 것일까.

많은 어려움 속에서 끼니를 잊은 채 혼불을 집필하다가 성산-星山 기슭에서 송강 정철선생님의 유년시절 배고픔과 유배생활에서의 임-을 향한 간절한 애정-(충정)을 자기슬픔으로 받아 드렸던 것일까.

 

  남원의 어느 사찰을 방문했을 때도 일행이 모두 나왔는데도 오지 안 해서 가 보았더니 텅 비어있는 절 마당에 혼자 서서 이절을 방문했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노라고 한다.

그는 모든 사물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신통력을 가지고 있는 초인간적인 능력의 소유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혼불 속에 나오는 수많은 등장인물과 사물들과도 대화를 해보고 작품 속으로 끌어 들였던 것일까.

 

  이금림은 친구가 없다고 한다. 최명희 라고 하는 친구 하나 만으로 충분하기에 더 친구를 사귀려고 하지 안 했단다.

  그리고 그는 “너는 결혼 하지 마 내가 있으니까 그것으로 됐지 않는가? 너는 소설을 써야해”라고 결혼을 만류 하면서 까지 혼불 집필을 격려했단다.

“만약에 그가 결혼을 했더라면 혼불은 이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또 흐느낌 속으로 목소리가 자자든다.


 “같은 매개체인 글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지만 나는 글을 가지고 노동을 하는 사람이고 명희는 글을 가지고 예술을 하는 사람입니다. 명희는 갔지만 혼불은 민족의 곁에 남아서 만인과 대화를 하며 영원한 예술로 빛나고 있을 것입니다”

 

  그는 겨우 말을 마치고 얼굴을 감싸며 연단을 내려온다.

 

                                                  -2007.1.10.-

출처 : 월암 문학카페
글쓴이 : 월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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