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물결

단편소설 / 우동 한 그릇

목향 2019. 1. 25. 15:39


@ 연말에 여러번 읽게 되는
가슴 훈훈한 단편소설 한편 ^♡^

●제목 : 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栗良平)의 단편소설

해마다 섣달 그믐날이 되면 일본의

우동집들은 일년중 가장 바쁩니다.

삿포로에 있는 우동집 도 이 날은

아침부터 눈코뜰새 없이 바빴습니다.

이 날은 일 년중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밤이 깊어지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졌습니다.
그러더니 10시가 지나자 손님도 뜸해졌습니다.

무뚝뚝한 성격의 우동집 주인 아저씨는
입을 꾹 다문채 주방의 그릇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편과는 달리 상냥해서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은 주인여자는,
"이제 두 시간도 안되어 새해가 시작되겠구나,

정말 바쁜 한 해였어."하고
혼잣말을 하며 밖에 세워둔

간판을 거두기 위해 문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일억짜리 분재들
그때였습니다.
출입문이 드르륵~하고 열리더니
두 명의 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섰습니다.

여섯 살과 열 살 정도로 보이는

사내애들은 새로 산 듯한 옷을 입고 있었고,
여자는 낡고 오래 된 체크 무늬 반코트를 입고 있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주인 여자는 늘 그런 것처럼

반갑게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그렇지만 여자는 선뜻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머뭇 머뭇 말했습니다.
"저…우동…1인분만 시켜도 괜찮을까요?…"

뒤에서는 두 아이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세 사람은, 다 늦은 저녁에 우동 한 그릇 때문에
주인 내외를 귀찮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해서 조심스러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주인 아주머니는
얼굴을 찡그리기는커녕 환한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네네... 자~, 이 쪽으로..."
난로 바로 옆의 2번 식탁으로

안내하면서 주방 안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여기, 우동 1인분이요!"
갑작스런 주문을 받은 주인 아저씨는 그릇을 정리하다 말고
놀라서 잠깐 일행 세 사람에게

눈길을 보내다가 곧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네! 우동 1인분!"
그는 아내 모르게 1인분에

우동 반 덩어리를 더 넣어서 삶았습니다.

그는 세 사람의 행색을 보고 우동을 한 그릇밖에 시킬 수 없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자, 여기 우동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가득 담긴 우동을 식탁 가운데 두고,

이마를 맞대며 오순도순 먹고 있는
세 사람의 이야기 소리가 계산대 있는 곳까지 들려왔습니다.
"국물이 따뜻하고 맛있네요."
형이 국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습니다.

"엄마도 잡수세요."
동생은 젓가락으로 국수를

한 가닥 집어서 어머니의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비록 한 그릇의 우동이지만 세 식구는 맛있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이윽고 다 먹고 난 뒤 150엔(한화 약 1,500원)의 값을 지불하며,

 "맛있게 먹었습니다."라고
공손히 머리를 숙이고 나가는

세 사사람에게 주인내외는

 목청을 돋워 인사를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그 후, 새해를 맞이했던 은 변함없이 바쁜 날들 속에서
한 해를 보내고 또 다시 12월 31일 섣달 그믐날을 맞이했습니다.

지난해 이상으로 몹시 바쁜 하루를 보내고

10시가 지나 가게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리더니,

두 명의 사내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습니다.

주인 여자는 그 여자가 입고 있는 체크 무늬의 반코트를 본 순간,
일년 전 섣달 그믐날 문 닫기 직전에 와서

우동 한 그릇을 먹고 갔던그 손님들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여자는 그 날처럼 조심스럽고 예의바르게 말했습니다.

"저…우동…1인분입니다만…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주인 여자는 작년과 같이 2번 식탁으로

안내하면서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여기 우동 1인분이요!"
주방 안에서, 역시 세 사람을 알아 본 주인 아저씨는
"네엣! 우동 1인분!"

그러고 나서 막 꺼버린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였습니다.

물을 끓이고 있는데 주인 여자가

주방으로 들어와 남편에게 속삭였습니다.
"저 여보, 그냥 공짜로 3인분의 우동을 만들어 줍시다."
그 말에 남편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안돼요. 그렇게 하면 도리어 부담스러워서

다신 우리 집에 오지 못할 거요."
그러면서 남편은 지난해처럼 둥근

우동 하나 반을 더 넣어 삶았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내는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여보, 매일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인정도 없으려니 했는데 이렇게 좋은 면이 있었구려."

남편은 들은 척도 않고입을 다문 채 삶아진

우동을 그릇에 담아 세 사람에게 가져다 주었습니다.

식탁 위에 놓인 한 그릇의 우동을 둘러싸고 도란도란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 소리가 주방 안의 두 부부에게 들려왔습니다.

"아…맛있어요…"

동생이 우동 가락을 우물거리고 씹으며 말했습니다.

"올해에도 이 가게의 우동을 먹게 되네요."
동생의 먹는 모습을 대견하게 바라보던 형이 말했습니다.

"내년에도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
주인 내외는 순식간에 비워진 우동 그릇과 대견스러운 두 아들을
번갈아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이번에도, 우동값을 내고 나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향해
주인 내외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 말은, 그날 내내 되풀이한 인사였지만 주인 내외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크고 따뜻함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의 섣달 그믐날 밤은
의 주인 내외는 누가 먼저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밤 9시 반이 지날 무렵부터 안절부절 못하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0시가 지나자 벽에 붙어 있던 메뉴를 차례차례 뒤집었습니다.
금년 여름부터 값을 올려 이라고 씌어져 있던 메뉴가
150엔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번 식탁 위에는 이미 30분 전부터

 '예약석'이란 팻말이 놓여졌습니다.

이윽고 10시 반이 되자, 기다리고 있던 어머니와 두 아들,

 그 세사람이 들어왔습니다.

형은 중학생 교복, 동생은 작년에 형이

입고 있던 점퍼를 헐렁하게 입고 있었습니다.

두 형제 다 몰라볼 정도로 성장해 있었는데,
아이들의 엄마는 여전히 색이

바랜 체크 무늬 반코트 차림이었습니다.

"어서오세요!" "저…우동…2인분인데도…괜찮겠죠?"
"넷!…어서 어서 자, 이쪽으로…"
늘 무뚝뚝한 얼굴로 주방에서 눈물을 적시던 주인은,
"네엣! 우동 3인분!"하며
더욱 큰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10여 년을 기다렸던 손님을, 예기치 않게

맞았기에 환성과 박수가 터지는

가게 밖에서는 조금 전까지 흩날리던 거센 눈발도 그치고,

갓 내린 눈에 반사되어

창문에 비친 이라고 쓰인

옥호막(屋呼幕)이 한 발 앞서 불어제치는

정월의 칼바람에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일억짜리 분재들이라네.
☞1988년 구리 료헤이(栗良平/1954년

북해도 생)의 단편소설 '우동 한 그릇'은
당시 일본열도를 눈물로 강타하며

국회 회의장에서까지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했고...
해마다 섣달 그믐날이 가까워지면,

북해도의 찬바람 같이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을
마치, 한 그릇 우동국물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따뜻한 김처럼,
나눔과 배려와 사랑, 용기와 감동을 안겨주기에~,

 눈시울 적셔가며 뜨겁게 읽었다고 합니다.

감동을 받으며 한번에 읽은 소설입니다
따스한 마음으로 살아갈 때에 각박하고 메마른

세상살이에 온기를 불어 넉넉히

이겨갈 수 있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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