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타인의 글)

단단한 그늘

목향 2019. 8. 16. 16:50


최광호시인님(space4161@hanmail.net)께서 김종선님께 드리는 향기메일입니다.

단단한 그늘




단단한 것은 사실 상처가 깊다
소나무 숲에서 비틀거리는 고목을 붙들어
허공에 키를 세운다
쇠로 된 지지대는 나무인 양
어깨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숲은 나무들의 집
오랫동안 그늘을 키운 고목의 힘으로
숲을 지탱하는, 노모
사고로 인한 뇌손상 탓인지
오래도록 비틀거렸다
자주 허공을 짚고 쓰러지곤 하여
지팡이와 유모차가 걸음 옮겨주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의 어깨가
늘 곁을 지켜야 했다

나무든 사람이든
서로가 서로에게 어깨를 내어주면
측은할수록 단단해지는 그늘이 된다
가벼워지는 노모, 그늘이 짙다

- 송문희, 시 '단단한 그늘'


단단해진다는 건, 상처에 상처를 더해 더께가 앉았다는 것,
단단해지기 위해 스스로 상처를 껴안은 채 몸부림치거나
그 상처 속에서 다시 소생했을 겁니다.
단단한 그늘을 키운 나무와 어머니.
허공을 짚고 다시 소생하는 정신력이 측은합니다.
단단한 그늘 속에서 오늘도 나의 그늘을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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