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을 내려오다 만난 나뭇잎이 발갛게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여름엔 몰랐던 빛깔. 그 나뭇잎을 모아 옷 한 벌 지어 입고 싶을 정도로 참 곱습니다. 화살나무랍니다. 이 나무가 본색을 드러내는 계절은 가을입니다. 어느 잎보다 붉고 예뻐서 눈길 한번 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키가 크지 않아도, 제 모습을 뽐내는 것. 어느 시절이듯 그렇게 아름답게 지나간 계절이 있을 겁니다. 다만 그것을 알지 못하고 아직 내게는 그때가 안 왔거나 아예 오지 않을 거라 믿은 것도 같습니다. 옛날 아버지가 어머니께 큰맘 먹고 해준 치마의 무늬 같은 이파리들. 오늘은 붉은빛에 물들어 한껏 깊어지는 눈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