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2004. 10. 26. 참아야 복이온다? | |
![]() 오늘도 통증치료를 받기위해 병원침대에 누워, 치료 순서를 기다리다가 견딜수 없을만큼의 통증때문에 찔끔 찔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사람이 참 연약하죠? 이까짓 통증때문에, 인간다움까지 잃어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눈물 흘려서 부끄럽네요....." 옷 소매자락으로 눈물 콧물을 닦아내며 의사에게 말했다. "그런 말 마세요. 제가 병원 개원한지 20년 됐는데요. 20년동안 제가 본 환자 중에, 가장 잘 참는 환자가 바로 길은정씨예요." 의사는 내 척추에 주사를 놓으며 이런 말로 나를 안심시켰다. 잘 참는 사람 뽑는 대회가 있어, 상이라도 준다던가.... 왜 이리도 나는 참고 있는 걸까. 몰핀은 진통효과가 조금 있는 대신 오심, 구토, 오한, 가려움증을 느끼게해 또 다른 괴로움을 느끼게 한다. 한달만에 다시 찍어 본 X-Ray 에는 암세포가 내 척추 꼬리뼈쪽으로 침식해 올라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배 안 가득한 암덩어리는 이제 손으로도 만져진다. 내 오른쪽 다리는 똑바로 펼수도 없이 구부러진 채 굳어버렸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해도 척추를 자극하는 통증은 나를 자지러지게 만든다. 참는자에게 복이온다고? 참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다. 그렇게 아픈데 어떻게 웃으며 방송을 할 수 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몸이 그 지경인데 방송은 무슨 방송이냐고 당장 때려치우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건 참, 나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아픈 건 아픈거고, 웃음은 웃음이다. 그 웃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런 내게, 자신이 더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건강한 이도 있는데..... 그저 참을 수 밖에...... 어쩌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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