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타인의 글)

죽순 / 月岩 이 희 정

목향 2010. 6. 19. 16:55

 
만든 곳→ 한국 네티즌본부카페


죽순 /
月岩 이 희 정

 

어미의 발가락 틈새를 비집고

땅껍질을 뚫고 나오기 전부터

곧고 푸르게 사는 걸

버리고 비우는 걸

죽순은 알고 있다

두껍게 입은 겉옷 꽉 찬 속을

아낌없이 버리고 비울 때마다

그 흔적을

마디에 새기는 걸 알고 있다

곧고 푸르게 사는 길을

어떻게 버리고 어떻게 비우고

버리고 비운 흔적이

어떻게 마디에 남는가를

땅껍질을 뚫는 어린 죽순에게

참새들은 아침 마다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