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은. 정

길은정... 그 쇠심줄 같은 지독한 인연..

목향 2012. 9. 13. 20:14

 

출처 블로그>방송쟁이 박경호의 궁시렁궁시렁~ | 아침들녘

원문 http://blog.naver.com/greentaxi/120001025055

 

* 이 글은 방송인 박경호 님의 글로 길은정 씨와의 인연 이야기를

나열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길은정씨를 처음 본 것은...
1984년 '소중한 사람'을 발표하고 얼마 안돼서
내가 윤영미 아나운서랑 '가위바위보'를 진행 할 때
초대가수로 나온 것이었다.

 

'소중한 사람'이라는 노래가 괜찮은 노래라는 느낌은 받았지만
그 때..길은정씨가 어땠는지.. 사실 별다른 기억은 없다.
오히려..유감스럽게도 그 때 기억에 남는 것은
"무슨 가수가 초대손님으로 와서 그렇게 말도 잘 못하나?"하는 안 좋은 기억 뿐이었다.

훗날..길은정씨와 친해진 뒤에 그 얘길 했더니
정작 길은정씨는 그 날 다녀가서는...
"무슨 엠씨들이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만 하나??"하고
우릴 한심하게 생각했었단다.(후훗! 피장파장이엇당구리^^)

 

암튼 그렇게 첫 만남이 별로였던 길은정씨가 다녀간지 한달도 채 안돼서
윤영미 아나운서의 뒤를 이어(그 때 윤영미씨는 개인사정으로 엠씨를 관두려고 했다)
내 새로운 파트너로 오게 됐다는 얘길 피디가 하는 것이 아닌가.

난 사실 몹시 속상했다.
"뭐? 그렇게 말도 제대로 못하는 여자랑 같이 엠씨를 하라구?? 우쒸!!"
그 땐 정말 솔직한 기분이 그랬다.

 

그리고 또 하나..

길은정씨가 못마땅 했던 것은
그 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었지만
그 때만 해도 나 역시 방송엠씨 경험이 짧아서
기껏 파트너와 호흡이 좀 맞나 싶은데..상대가 바뀌면...
그나마 간신히 인기를 얻던 방송이 삐걱거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컸던게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 전까지만 해도 파트너가 바뀌게 되면
담당 피디가 설령 누군가를 내심 정했다 하더라도
"경호야~ 너 누구랑 파트너 하고 싶냐? 혹시 생각해 둔 여자 없냐?"하고
형식적이나마 내 의견을 묻곤 했는데
(세번째 파트너까지는 그랬다. 물론 그렇다고 내 의견을 말한 적은 없지만...)

당시 피디는 그런 말 한마디 없이...

(그 피디는 '독도는 우리땅'을 작사작곡한 유명한 박문영피디)
덜컥 길은정씨가 오게 됐으니 그리 알라고.. 일방적인 통고를 하니...
"흠~ 저 길은정이란 것이 누군가 뒤에서 밀어주는 든든한 빽이 있구나!!"
그런 오해마저 하게 됐던 것이다.(난 승질이 드러워서 그런 꼴은 정말 못본다!!)

 

암튼 그렇게 심사가 뒤틀려 있는 상태에서
길은정씨가 나랑 첫방송을 하게 됐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도 길은정씨는 예의 바르고 밝은 웃음으로 내게 인사를 했는데
난 그녀의 얼굴조차 제대로 쳐다 봐 주질 않았다.

그저 건성 인사를 받는둥 마는둥..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그토록 노골적인 적대감을 내 보이면서
쌀쌀맞게 대한 것은 길은정씨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 넘의 업보 땜시롱.. 이 날까정 난 길은정 곁에서 죄값을 치르나보다^^)

 

처음 나를 보고 길은정씨가 했던 얘기는
"저...제가 어떻게 부르는게 좋을까요?"였는데
난 그저 시큰등하게
"댁 좋을대로 불러요!!"..그게 전부였다.(길은정은 그 후 나를 '형'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못된 나의 쌀쌀맞은 행각은 장장 두달 동안 이어졌다.(나 정말 못된 놈이죠?)

 

그 두달 동안...
난 길은정씨랑 거의 눈을 맞춘 적도..

얼굴을 제대로 쳐다 본 적도 없었다.(흐미~ 징한 넘!!)

같이 방송 한지 한달쯤 됐을 때..
TV 쇼프로에서 노래하는 길은정씨를 보고는
"아~ 내 파트너가 저렇게 생겼구나"했을 정도니..더 말해 뭣하랴?

 

그리고 방송엠씨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처음에 다 그렇게 하듯이
청취자의 사연을 읽을 때나..퀴즈문제를 읽을 때..
말의 뒷부분을 높이는 경향이 있는데
당시 길은정씨도 며칠동안 서툴기는 마찬가지였다.

난 그 때마다 생방송 중에 은근히 핀잔을 주기도 하고
방송 전에 원고를 들고 방송국 으슥한 계단으로 끌고(?)가서
험악한 인상까지 쓰면서 원고를 읽어 보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며칠동안 그랬다)

"거참! 거기 그렇게 올려 읽지 말고 어미를 내리라고 했잖아요!!
몇번을 말해야 해욧? 다시 읽어 봐욧!!!"

지금 생각하면...
암만 초보엠씨라지만 길은정씨가 무던했기 망정이지
다른 사람 같았다면 "그래 임마!! 너 잘났다!! 짜샤!!"하고..

원고지 집어 던지고 집으로 가버렸을텐데...

 

그 때 이미 길은정씨의 사람됨을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이 단순무식한 놈이 그 걸 알았을리 만무였다.

길은정씨는 얼마나 속상했을까?
나중에 길은정씨 얘기로는 하도 속상해서 집에 가서 울기도 했다지 뭔가.

 

그런데도 길은정은 훗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내게 방송을 제대로 가르쳐준 선생님이나 다름 없는 분"이라고 나를 소개하곤 했다.

 

길은정의 책에도..
나랑 처음 만나 고생한 얘기가 잠시 언급되기도 한 것으로 기억된다.

하드트레이닝을 받았다고 썼던가??(에고~ 미안해라)

 

아참, 길은정씨랑 첫 방송 하던 날..
담당피디가 내게 해 준 얘기가 생각난다.
"저 길은정씨가 상당히 똑똑한 수재예요..
내가 볼 때는 곧 스타가 될 소질이 다분해요!!"
그 피디의 분석은 정확했지만
난 그저 시큰둥한 나를 잠재우려는 얘기정도로만 들었을 뿐이었다.

 

어쨌거나...
길은정씨도 그렇지...
내가 그렇게 대하면 뭔가 관계개선을 위해서라도
방송 끝나고 커피라도 한잔하자고 말함직도 한데
도통 그런 내색조차 없지 뭔가..

하기사 그 당시엔

길은정이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같이 커피를 마실 나도 아니지만
그렇게 남에게 잘 보이려고 꼼수를 부리지 못하는 체질은 나랑 어쩜 그리도 같은지..
나중에 우리가 친해진 뒤에..

어쩜 우리는 이리도 고지식하냐면서 웃기도 했다.

 

길은정씨는 나랑 함께 방송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왕영은씨의 뒤를 이어 MBC-TV '뽀뽀뽀'엠씨를 맡게 됐다.

나중에(히~ 나중에 안 것 참 많죠??)
길은정씨에게 들어서 안 사실이지만
왕영은씨도 길은정씨한테.. 처음엔 무척 쌀쌀맞게 대했다고 한다.
내가 길은정씨한테 했던 못된 짓은 까맣게 잊고..
난 그 말 듣고 왕영은씨를 미워하기도 했다..ㅎㅎㅎ
"우이쒸!! 우리 착한 은정이를 미워했다고라고라??" ← 이렇게 말하면서 말이다..ㅎㅎ

 

암튼..
난 그렇게 길은정씨에게 쌀쌀맞게 굴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길은정씨에 대한 작은 의문이 하나 생겼다.(짜잔~)
그건 치사하게도..돈 얘기다.

'가위바위보'가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하기 때문에
우리는 피디랑 작가와 함께 KBS 구내식당에서 방송 전에 저녁식사를 했는데
적어도 내 기억으로는...
길은정씨가 저녁 값을 내는 걸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지갑에는 고작해야 천원짜리 한 두장 밖에 없던 것으로 기억 된다.
물론 밥값 내지 않는다고 길은정씨를 더 미워한 적은 없다.(난 그런 일에는 담백하다)
다만 내가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은
"'가위바위보'와 '뽀뽀뽀' 엠씨를 하는 사람이 어째서 저렇게 지갑에 돈이 없을까?"였다.
내가 길은정씨를 결정적으로 이해하고 좋아하게 된 계기가
바로 그 의문이 풀리면서부터였다.

 

내 기억이 다 맞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길은정씨의 당시 상황은 이랬다.
(어디까지나 내가 이해한 상황이다..공연히 열 받지는 마시길..)

당시 길은정씨는 가수로 데뷔하면서 매니저와 계약을 했고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 취입하는 무명가수에게 그 계약이란 것은
일방적으로 불리한게 보통이다.
가수가 버는 수입 중에 경비를 빼고 어케어케 나눠 먹자!!<==계약이 이런게 아니겠는가

계약금?? 그 것도 신인에겐 어린애 사탕값 정도로 준다.
전에 사 준 옷 값도 거기에 포함되기 일쑤다.
수입에서 경비를 빼고 매니저와 가수가 나눠가져야 하는데
너 이번에 사 준 옷 값이 얼마고..(물론 영수증 없다)
너 기사 실어 주려고 기자한테 밥 사주고 촌지 주고..
줬는지 안 줬는지 확인을 어케하나? 그냥 그런 줄 알아야지..

(영수증? 촌지에 영수증 끊어주는 놈 봤수??)

 

그러니...결론은...경비 빼고 나눠 먹을게 엄따!!
결국 길은정 지갑은 처넌짜리 몇장만 달랑~

물론 가수의 매니저 입장에서 보면
가수가 밤무대에서 노래를 해야 큰 돈을 만질텐데
길은정씨는 엠씨만 하니.. 그 쪽도 속은 탔을꺼야~~

어쨌거나.. 당시 길은정씨 처지는 그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엥?
얼굴도 제대로 쳐다본 적 없다면서 그런 얘기는 어케 알았냐구??
그러니까..가설라무네..그게 말이쥐....
같이 방송한지 약 두달쯤 됐을 때
길은정씨가 나한테 돈을 꿔 달라는게 아닌가??
'어라?? 내가 그토록 미워하는데 이젠 돈까지 꿔 달라고??'(이 뇨자가 어케 된거 아냐??)
그 때 내 심정이 그랬다..ㅎㅎ

 

길은정씨 얘기로는...
화천에서 어머니가 올라오시는데
가진 돈이 없어서 그렇단다.
나 역시 가난한 방송쟁이라 평소 지갑에 찬바람만 불었는데
그 날은 때마침 어쩌다 십만원짜리 수표가 있었다.
그렇게 돈을 꿔 주고는
"댁은 어째서 그렇게 돈이 없냐?"고 물어 본 것이...
내가 길은정씨를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됐던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길은정씨의 처지를 안 것은
당시 KBS-TV에서 신인가수의 생활을 보여주려고
길은정씨의 사는 모습을 방송에 내 보낸 적이 있었는데

(물론 '가위바위보' 스튜디오에도 카메라가 왔다)
난 그 방송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초라한 집단주택이 있었는데
소를 키우는 축사 같은 형태의 블럭건물을 칸칸이 나눠서
좁은 방하나만 달랑있는 그런 집이었다.(하모니카 같은 집)
길은정씨가 거기서 살고 있는게 아닌가!!!


문을 열면 재래식 부엌이 있고, 다시 문을 열면 좁은 방 하나-.
길은정씨가 그 부엌 바닥에 쪼그려 앉아 쌀을 씻어 밥 하는 모습도
TV에 소개 된 것으로 기억 된다.

(1984년 5~6월 KBS-2TV 같은데.. 그 녹화테잎 어디서 구할 수 없나요?)

암튼 그 때부터 난 길은정씨에게..
마구마구 왕창왕창 무쟈게 잘해주기 시작했다.^^

 

"형~ 나 커피를 좋아하는데..커피잔이 없어서 밥그릇에 타 마셔"
"에고~ 예쁜 것!!! 그려그려..내 커피잔 사 줄께!!"


오잉?? 뭔 뇨자가 먹성도 저토록 좋냐??
길은정씨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얼마나 맛나게 먹는지 모른다.(단 술은 한 모금도 못함)
난 그 후로 뭐든 잘 먹는 여자를 좋아하게 됐다.
젓가락 들고 깔짝거리는 여자보다 얼마나 예쁘냐? 안그래??

집에서 맛난 반찬이라도 보면..
"은정이 갖다주게 왕창 싸줘!!"
아내는 웃으며 "길은정씨한테 내가 시샘한다고 전해줘요!!"하며 싸 주곤 했다.

 

그렇게 내가 180도 달라지고.. 어느날.
길은정씨가 생방송에(하기사 매일 생방송이었다) 오질 않았다.
식중독으로 집 근처 병원에 있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혼자 진땀을 빼며 방송을 마치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실에 누워 있는 길은정씨 보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눈물 마려웠다)

 

그 후로... 우린 얼마나 오누이 처럼 친하게 지냈는지
요즘도 가끔 길은정 안부를 내게 묻는 사람들이 많다.
사정 잘 모르는 사람이 옆에서 들으면
길은정이란 사람이 이 남자의 마누라인가 보구나 생각할지도 모를 정도다.

 

같이 방송을 하면서 있었던 일 중에
길은정씨가 방송국에 오다 뒷차가 추돌하는 통에 목을 다친 적이 있었는데..
방송 마치고 함께 사고 뒷마무리 하느라..
마포경찰서로... 어디로.. 여기저기로 뛰어다닌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 후로는 방송국에 갈 때나 올 때
내 차로 내내 길은정씨를 태워 줬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우리집이 불광동이라 방송국 가면서
길은정씨 집에 들러 태워가고
방송 마치면 다시 집까지 데려다 주고...
아마 대한민국 방송 역사상
남녀 엠씨가 매일 같은 차 타고 방송국 출퇴근 하기는 처음 아니었을까?

 

언젠가.. 그 날도 길은정씨 집에 차를 대고 기다리는데
오잉?? 웬 만신창이 아가씨가 집에서 나오는게 아닌가??
전날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에고에고~ 내 예쁜 길은정이가 이 무신 변괴인고?)
한동안 나는 그녀를 부축하고 자동차보험회사와 차량정비공장을 다녀야 했다.

 

늘 같이 다녀서 그렇기도 했겠지만
길은정씨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 생길 때면
늘 내가 곁에 있었고..(아~ 이게 무신 운명의 닭똥집이란 말인가??)
그 시절..

길은정씨의 언니께서 '박경호씨가 너의 수호천사인가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마치 길은정의 수호천사처럼 돼야부렀지 뭔가???

(수호천사? 힛! 조아부러라~)

 

'가위바위보'를 함께 하지 않을 때도 우린 늘 친하게 지냈고
길은정씨가 힘들어 할 때도..
비록 큰 힘은 되지 못했지만 곁에 있어 줄 수 있었다.

 

그리고..다시 함께..KBS라디오 '정오의 가요쇼'엠씨도 하고
그 때 우린 무척이나 많은 공개방송도 다녔는데...
길은정씨랑 함께 있어서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은정이는 알랑가 몰러~

 

아참.. 연세어학당에서 일본어 배운다고 매일 이른 아침 만났던 일.

(은정이는 일본어를 정말 잘했는데.. 난 완조온히 지진아였다..ㅎㅎ)
길은정씨 아버님 칠순잔치 사회 봐 드렸던 일...

대장암 수술하고 항암치료 받을 때,
길은정씨가 좋아할 것 같아서 칼국수 먹자고 친구네 식당에 갔던 일..
그 때 길은정씨는 그 힘든 상황에서..

나 실망 할까봐 맛있게 먹어주고는 집에 가서 다 토했다고 했다.(눈물나려 했다)

그 때 힘든 항암치료를 받으며 KBS라디오를 진행하던 은정이는 항상 웃어서

나 역시 은정이가 얼마나 고통 받는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은정이가 말했다.

"형! 나 이렇게 매일 웃지만..정말 항암치료 너무 힘들어!!"
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마음만 아팠다.

 

언젠가 길은정씨 아파트에 갔다가..
내가 너무 졸려서(그 때 내가 새벽 프로그램 했던터라)
실례 무릅쓰고 거실에서 코 곯며 잠들었던 일...
나 그 때 집에 가서 울 마눌님께..올매나 혼났는지 몰러~
그렇지 않아도 헛소문에 시달리는 길은정인데...
당신까정 공연한 소문 만들어서 길은정씨 입장 난처하게 만들면 어케할거냐구..
(흑흑..혼났당구리 ㅠㅠ..울 마눌님은 도대체 누구 편이쥐??)

 

내가 시민환경단체 '녹색연합'에서 뛰니까
바쁜 중에도 기꺼이 환경단체 행사에 와서 노래 불러주고..
연말이면 우리 고등학교 동창 송년모임에 매년 와서 노래 불러주고..
이그~ 우리 동창 놈들은 복도 많쥐~~~~~~~~~~~~~~~
하늘 같이 귀한...길은정이도 실컷 보구...
고마운 걸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겠어?

 

길은정씨가 몇 권의 책을 썼는데..
그녀의 시집에 실린 詩 한편은 늘 머리 속에 맴돈다.
길은정씨가 사후에 눈을 기증하기로 하고
훗날 자신의 눈을 가지게 될 사람에게 쓴 그 詩-.

다 기억은 못하지만
훗날 누군가가 내 눈의 주인이 될 것을 미쳐 모르고
아름답고 깨끗한 것만 눈에 담지 못했다는 죄스러움과
때로는 불의를 보고 두눈 질끈 감았고
진실도 외면했지만
새로이 내 눈의 주인이 되실 분은
맑고 투명하게 세상을 보아 달라는 부탁의 글....
아~ 영혼이 맑지 않고서야 어찌 저런 글들이 써질 수 있을까?

 

에고..
글 쓰다보니..시간이 엄청 흘러부렀네요^^

살아가면서 나를 알아주는 사람 한명만 만나도
그 삶은 성공한 삶이라는 말도 있던데
난 이렇게 질기디 질긴 인연을 아름답게 느끼며 살고 있으니 행복할 수 밖에요^^

 

은정씨는 요즘..
대장암은 말짱하게 다 낫고 분당에서 강아지 한 마리랑 잘 살고 있답니다.
가끔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며칠 전에 전화가 왔어요.
얼마 전 무슨 잡지에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것 처럼 기사가 났다고 조금 속상해 하더군요.
(그러게..잡지에 실리는 연예인 기사는 100% 다 믿을 것은 아니라니께요)

불교방송에서 낮에 '백팔가요'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밤에는 미사리 '록시'라는 카페에서(송창식씨가 운영하는)
밤 9시부터 신명나게 노래하며 지냅니다.
혹시 가서 만나 볼 일 있으면 제 얘기하세요..반가워 할겁니다^^

 

그나저나..내가 뭔 야그를 이렇게 주절거렸쥐????    2001/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