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타인의 글)

낙타의 눈 / 최선옥 시인

목향 2014. 4. 25. 10:38

 

낙타의 눈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몽골 고비사막.
유목민들은 이정표 없이도 묵묵히 길을 떠납니다.
적당한 장소에 도착하면 한사간이면 족히 지을 수 있는
이동식 집 '게르'를 짓습니다.
그리고 어린 낙타는 게르 주변에 매어놓고,
큰 낙타들을 데리고 물을 찾아 나섭니다.
실컷 물을 먹은 낙타는 위에 물을 저장하기 때문에
몇 주를 물 없이도 견딜 수 있습니다.

낙타는 사막의 교통수단이자 짐꾼입니다.
철거한 게르며 살림, 그리고 사람을 태우고 갑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털을 방한용으로 내주고,
젖을 내주고, 최후에는 제 몸을 겨울식량으로 내줍니다.

낙타의 기다란 속눈썹 속 커다란 눈은
선한 이의 눈을 닮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낙타는 감정이 풍부하다고 합니다.
울음소리는 한없이 애잔합니다.
낙타는 보통 생후 5년이 되면 새끼를 갖는데
출산 때가 되면 사람과 적을 피해 홀로 안전한 장소로 가
온몸을 뒹굴며 산고를 이겨냅니다.

그렇게 새끼를 낳고 온몸을 핥아주는 낙타.
언젠가 TV프로그램에서 본 낙타의 눈은 슬프고도 따스했습니다.
요즘 그 낙타의 눈이 왜 더욱 애틋하게 다가오는지 모르겠습니다.


- 최선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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