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발디의 4계 중 '여름' ♣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
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숲속에서는 바람이 잠들고
마을에서는 지붕이 잠들고
들에는 잔잔한 달빛
들에는 봄의 발자국처럼 잔잔한 풀잎들
마을도 달빛에 잠기고
밥상도 달빛에 잠기고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밥그릇 안에까지 가득 차는 달빛
아! 달빛을 먹는다
초 저녁에도
환한 달빛
'오원규' 시인의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입니다.
장마가 시작된 한 여름입니다.
여름에 관한 클래식 하면 .. 이 곡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안토니오 비발디'가 1723년에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이 곡 '사계'는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중
가장 유명합니다.
이 곡이 유명한 여러가지 이유중에는 ..
서양음악은 교회(성당)에서 시작되어 민속음악과 접목되고,
시류에 따라 변천되었는데 .. 당시(바로크시대)엔 모든 음악이
신의 영역이나 주변을 맴돌던 시기였슴으로 ..
사계절과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 이 곡이 당연히
파격적일 수 밖에 없었지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선 더더욱 인기곡으로 부상,
한때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선정되기도 했답니다.
사계절의 상황을 묘사한 트레몰로(빠르게 반복되는 연주),
곡 마다 소네트(곡 내용을 해설하는 시)가 붙어있다는 게
이 곡의 특징입니다.
해설이 필요없다는 얘기가 되는거죠.
소네트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제 1악장 Allegro non molto
Allegro의 빠른 악장. 전반부에 가축과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또 푸른 들판의 나무와 풀들까지도 붉게 물들이는 폭염을
권태롭게 묘사하는 짧은 모티브로 시작하는데,
이어, 솔로 바이얼린이
비둘기의 울음소리를, 현악약주가 산들바람을 묘사한 후
격렬한 폭풍으로 곡을 끝맺는 이 악장의 소네트는 ..
내리쬐는 햇볕이 뜨거운 계절,
사람도 가축도 축 늘어졌다. 빠국새가 울고,
멧비둘기와 방울새가 노래한다.
산들바람이 솔솔 분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폭풍이 몰아친다.
양치기는 소나기가 두려워서 신세를 한탄한다.
리토르넬로(합주와 독주가 되풀이되는 형식)는
무더운 여름 분위기를 나타낸다.
뻐꾸기와 산비둘기 같은 여러 새들이 노래한다.
힘없는 바람이 땅 위로 불 때에
"거기에 대항하여 북풍이 불시에 불어와 덮친다."
하지만 그것은 순간일 뿐 모든 것은 곧 지나간다.
제 2악장 Adagio--Presto
22마디에 불과한 짧은 간주곡(패지시)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폭풍전야의 불안한 생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악장입니다.
사람을 공포와 불안으로 몰고가는 번개와 천둥을
트레몰로 강주로 표현하고 있고,이후에 솔로바이얼린은
귀찮고 성가신 파리와 모기떼의 극성을 익살스럽게 표현해내고 있다.
번개와 천둥에대한 두려움,
극성을 부리는 파리와 모기떼에 시달려 양치기는 쉬지도 못한다.
제 3악장 Presto
갑자기 들이닥친 폭풍을 묘사합니다.
무시무시한 번갯불과 천둥소리가 들리고 폭우가 쏟아진다.
애써 가꾼 농작물에 엄청난 해를 주고
사람들이 걱정하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비스듬히 퍼붓는 하행 패시지나
(곡의 중요한 부분을 서로 연결해 주는 악구 - 간주곡),
트레몰로를 강주하는 현악합주로 묘사됩니다.
양치기의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하늘에서는 천둥 번개가 우르릉 쾅쾅,
이윽고 우박이 퍼붓듯이 쏟아져서
다 자란 보리 이삭들을 때린다.
"하늘은 으르렁대고 우박은
옥수수와 꼿꼿이 서 있는 콩들을 부러뜨린다."
트레몰로, 쏟아지는 음계, 분산 화음,
안절부절못하는 베이스음형, 분주한 현 바꿈을 위한 손놀림,
높은 음역의소리들이 특징입니다.
이 곡의 연주시간은 겨우 10분여 ..
이 여름도 그렇게 지나 갈 것입니다.
위에 올린 동영상은 노르웨이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마리 실리에 사무엘슨' 의 연주이고,
아래 플레이바 연주자는 네델란드 출신
바이올리니스느 '야니네 얀센'(여) 연주입니다.
전혀 다른 음색과 연주 톤입니다. 특히 ..
이 곡 3악장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지요?
멍석을 깔아놓는 마당에서 모깃 불 피워놓고
산들바람과 벗하며 감자와 옥수수를 함께한 저녁식사,
시인이 말하는 '그릇에 담긴 달빛'도 함께 먹던
어린시절 진 외가댁 그날 저녁이 그립습니다.
멋스러운 한주 ..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초 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