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산다
자주감자가 첫 꽃잎을 열고
처음으로 배추흰나비의 날갯소리를 들을 때처럼
어두운 뿌리에 눈물 같은 첫 감자알이 맺칠 때처럼
'이정록' 시인의 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중
몇 구절입니다.
자주감자의 꽃
배추 흰나비의 날갯짓... 그리고
첫 감자알.
시인에게는 이 모든 것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이고
그 순간 때문에 산다고 말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들을 살게 하는 힘, 또한
그런데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작고,
사랑스럽고,
가슴 설레는 것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을
하나하나 세어보며 살아간다면
이 또한 행복이 아닐까요?
첼로를 전공한다면, 누구나
연주하고픈 아름다운 곡
'생상스'의 첼로 협주곡 1번 가 단조 작품.33을
올립니다.
해설은 간단하게 음악 파일에
함께 올렸습니다.
전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던 것들 중,
지금은 소홀히 하는 것은 없으신지요.
행복한 한주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초 립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 이정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산다
자주감자가 첫 꽃잎을 열고
처음으로 배추흰나비의 날갯소리를 들을 때처럼
어두운 뿌리에 눈물 같은 첫 감자알이 맺칠 때처럼
싱그럽고 반갑고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눈물겹고 흐뭇하고
뿌듯하고 근사하고 짜릿하고 감격스럽고 황홀하고 벅차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운다
목마른 낙타가
낙타가시나무뿔로 제 혀와 입천장과 목구멍을 찔러서
자신에게 피를 바치듯
그러면서도 눈망울은 더 맑아져
사막의 모래알이 알알이 별처럼 닦이듯
눈망울에 길이 생겨나
발맘발맘, 눈에 밟히는 것들 때문에
섭섭하고 서글프고 얄밉고 답답하고 못마땅하고 어이없고
야속하고 처량하고 북받치고 원망스럽고 애끓고 두렵다
눈망울에 날개가 돋아나
망망 가슴, 구름에 젖는 것들 때문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