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타인의 글)

[스크랩] 올림픽 피겨 감상문 : 연아, 피겨가 되다

목향 2010. 4. 2. 09:41

 

 

1. 연아 싸워서 이겨내다.

 

 

연습장의 추위를 이겨내고

한밤중과 새벽 연습의 졸음을 이겨내고

맞지 않는 부츠를 이겨내고

허리와 고관절, 무릎과 발목의 아픔을 모두 이겨낸

 

 

그녀에게도

이번 싸움은 쉽지 않았다.

 

 

또 다른 세계기록이라는 주위의 기대와 싸웠으며

또 다른 4년이라는 자신의 미래와 싸웠다.

온 국민과 함께 경기를 해야 하는 부담감과 싸웠으며

혼자서 경기를 해야 하는 절대고독과 싸웠다.

 

 

무거운 중력의 법칙과 싸웠으며

가벼운 빙판의 미끄러움과 싸웠다.

좋았던 경기의 압박감과 싸웠으며

안 좋았던 경기의 불안감과도 싸웠다.

 

 

실력에 맞는 결과를 얻기 위해 싸웠으며

결과에 걸 맞는 연기를 하기 위해 싸웠다.

 

 

무엇보다도

행복한 스케이터가 되기 위해서 싸웠다.

 

 

 

그리고

연아는

싸워서 이겨냈다.

 

 

 

 

2. 연아 피겨가 되다.

 

 

 

탱고를 추는 댄서가 되었다가

왈츠를 지휘하는 지휘자가 되었다.

작은 날개를 펼치는 소녀가 되었다가

사랑을 아는 여인이 되었다.

 

 

죽은 자들을 일으키는 팽팽한 바이올린이 되었다가

이제는 얼음건반 위를 스치는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이제는 총을 든 스파이가 되었다.

왕을 일으키는 왕비의 추억을 뒤로 하고

이제는 피겨를 일으키는 여왕이 되었다.

 

 

 

아니

연아는

피겨가 되었다.

 

 

 

 

3. 연아 마침내 성취하다

 

 

남성의 점프를 뛰면서도

여성의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폭발적인 운동성을 가지면서도

섬세한 예술성을 잃지 않았다

 

 

변방에서 시작하여

스스로 중심이 되었다.

부정직한 세상에 맞서

정직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별똥별이

영원한 빛을 내는 항성이 되었다.

 

 

엉성한 수많은 세트 메뉴들을

절묘한 풀 패키지로 압도하였다.

서예 붓 하나의 부드러운 에지로

사무라이들의 칼날 같은 에지를 베었다.

 

 

최고의 연기로 항상 우리를 숨 막히게 하였고

최고의 결과로 항상 우리의 숨통을 틔워 주었다.

차디찬 카리스마의 얼음 여왕이

따뜻하게 우리 마음을 늘 녹여 주었다.

 

 

최고의 결과를 얻으면서도

아름다운 과정을 잃지 않았다.

최고의 스케이터가 되면서도

행복한 스케이터가 되었다.

 

 

 

 

연아

마침내

마침내 성취하였다.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불가능을 성취하였다!

 

 

 

 

 

 

 

 

출처 : 스포츠일반 토론방
글쓴이 : 슬램점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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