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타인의 글)

위안리 산수유 /월암 : 이 희 정

목향 2010. 4. 4. 08:17

           

 

 

위안리 산수유

     

              월암  이 희 정

 

산수유꽃 핀 계곡에

죄 없이 깨진 얼음조각이

젖은 목소리로 흘러내려

햇볕 위에 얹힌다

가지마다 물이 올라

햇볕과 한 몸이 되어 온통 노랗다

불타서 버려진 집터

이끼 낀 담장에는 아직도

총 맞은 자리가 남아 있다

지난날의 악몽을 삭히려고

이맘때면 노란 꽃으로 계곡을 덮고

봄눈 쌓인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저물도록 슬픈 이야기를 나눈다

 

*위안리: 지리산 계곡에 있는 마을.

여순사건 당시 양민이 대량 학살을 당했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