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갤러리1(직)

<최명희 > 문학관 정원에서

목향 2008. 11. 28. 00:51

 

 

 

 

최명희는 1972년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72∼81년

전주 기전여자고등학교와 서울 보성여자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했다.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쓰러지는 빛〉

이 당선되어 등단한 최명희는 이듬해 〈동아일보〉 창간 60주년 기념 장편소설 공모전 당선작인 〈혼불〉 제1부로 문단 안팎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후 1988∼95년 월간 〈신동아〉에 〈혼불〉 제2∼5부를 연재했으며, 1996년 12월 제1∼5부를 전10권으로 묶어 완간했다

 

 

 

-최명희 작가가 남긴 말 중에서--


웬일인지 나는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것은 얼마나 어리석고도 간절한 일이랴.

날렵한 끌이나 기능 좋은 쇠붙이를 가지지 못한 나는,

그저 온 마음을 사무치게 갈아서 손끝에 모으고, 생애를 기울여 한마디 한 마디, 파나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세월이 가고 시대가 바뀌어도 풍화 마모되지 않는 모국어 몇 모금을 그 자리에 고이게 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만일 그것이 어는 날인가 새암을 이룰 수만 있다면,

새암은 흘러서 냇물이 되고, 냇물은 강물을 이루며, 강물은 또 넘쳐서 바다에 이르기도 하련만,

그 물길이 도는 굽이마다 고을마다 깊이 쓸어안고 함께 울어 흐르는 목숨의 혼불들이,

그 바다에서는 드디어 위로와 해원의 눈물나는 꽃 빛으로 피어나기도 하련마는,

나의 꿈은 그 모국어의 바다에 있다.

어쩌면 장승은 제 온몸을 붓대로 세우고, 생애를 다하여, 땅속으로 땅속으로,

한 모금 새암을 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운 마을, 그 먼바다에 이르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