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은. 정

[스크랩] 미소와 침묵그리고... 비발디의 봄!

목향 2011. 9. 30. 15:05

제목 : 2002. 10월 14일.미소와 침묵

아침이면 어김없이
비발디의 '봄'이 흐르는 가운데 놓여 있는 '후리지아'같은,
밝고 경쾌한 언니의 미소를 만나고

집을 나설 때, 주차장을 나오며 관리담당 직원 아저씨의 경쾌한 목소리를 만난다.
'어제도 방송 잘 들었습니다! 오늘은 조금 늦게 나가시네요?'
'네.... 다녀오겠습니다~~~' 나 역시 환한 얼굴로 웃으며 인사를 하고 운전대를 돌려 큰길로 접어든다.
그리고는 침묵이 이어진다.
요즘은 특히 음악도 듣지 못한다. 자동차의 스피커가 지직거리기 시작한지 벌써 7개월이 넘었는데, 수리하러 갈 시간이 도저히 나질 않을 뿐더러, 급하게 고쳐야 할 필요를 크게 느끼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이 더 편하다.
텔레비젼도 틀지 않고 신문도 자세히 읽지 않는다.
그동안은 콘써트 연습을 위한 반주소리와 방송에 틀어야 할 새 음반들을 집에서 들어 보는 것이 '소리'와의 유일한 연결고리였다.
그저 침묵하고 싶어서다.
너무 할 말이 많으면, 아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진다.
말 대신 기타줄을 퉁기는 것을 선택한다.
......
침묵으로 이어진 방송국 가는 길을 지나 방송국 로비에 들어서면,
나는 또 금세 얼굴이 바뀐다.
'안녕? 충성!' 하며 농담처럼 주고 받는 인사로 반가움을 표하며 스탭들과의 정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불교방송 직원들은 모두가 가족같이 편하다.
'어? 뽀병이 아저씨 ~~~~' 김병조씨를 스튜디오에서 만나면 나누는 인사다.
김병조씨 역시 아직 나를 "뽀미 언니'라고 부른다.
손바닥을 위로 치켜올려 하이파이브 한번 하고 지나치며, 그의 넉넉한 웃음을 본다. 내 등을 두드려주는 뽀병이 아저씨의 손길이 따스하다.

오늘은 우리 피디 '빅마우스'가 아파서 결근하게 된게 내내 마음에 걸렸다.
얼마나 아픈걸까?.... 그의 웃음을 볼 수 없음이 안타까웠다.

방송을 마치고 나면, 점심으로 대신하는 음료를 파는 조그만 가게의 여사장님이, 사람다운 향기를 풍기며 웃음으로 반긴다.
가게문을 밀고 들어설 때마다 나는 그녀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본다.
참으로 향기로운 여인이라는 생각을 하고, 우리는 여러마디를 건네며 인사를 나눈다. 나는 그녀의 어리광부리는 동생같고, 그녀는 무조건 많이 담아주려고만 하는 큰언니 같다는 생각도 한다.
'내일 또 올게요 ~~~'
말꼬리가 긴 인사를 남기며 음료를 들고 자동차에 오르면 내겐 또 다시 침묵이 이어진다.
말을 하는 대신, 음료를 마신다.

사무실에 들러 일을 보고
콘서트에 참여해 줬던 '와이키키 브라더스 밴드'를 만나 사무실앞에 자리한 포장마차에서 국수 한 그릇씩이랑 떡볶이를 먹었다.
다 못먹는다고, 조금만 달라고 해도 기어이 듬뿍 떡볶이를 담아내신다.
그곳에 가도 넉넉한 포장마차 주인 할머니의(미소가 숨겨져 있는) 손길을 만난다.

병원 상담을 마치고 수면제를 처방받은 다음
미사리 '록시'로 향했다.
병원에서 한시간여 재잘거렸던 것과는 정 반대로 역시 혼자가 되면 침묵이다.
자동차 문을 닫으면 주위의 소음도 잘 들리지 않는다.
그 속에서 나름의 평화를 찾는다.

'록시'에 들어서는 순간 부터, 주차관리 아저씨가 반기며 보이는 소탈한 웃음. '록시' 직원들의 따뜻한 웃음을 만나고 '록시' 최고의 커피를 따뜻하게 마신다.
오늘은 이치현씨의 라이브 공연도 볼 수 있었고, 그의 현란한 기타연주에 넋을 놓고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너, 록시에 빨리 나와라' 라고 말하는 치현 오빠는 '수재민 돕기 콘써트'에 자길 안 불러줬다고 섭섭하다고 했다. 다음에 또 그런 좋은 공연이 있을 때는 꼭 참여하게 해달라고 했고, 우리는 손가락 걸고 약속하고 엄지로 도장까지 찍었다.

그리고 송창식씨의 부처같은 미소를 만난다.
그를 만날 때면 나는 가슴이 넉넉해진다.
콘써트를 도와줘서 고맙다고, 이렇게 맨입으로 인사만 한다고 말하자, 송창식오빤 여전히 웃으며 내 손을 잡아 준다.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부인인 '한인옥님'이 이번 콘써트에서 오빠 노래 너무 감명깊게 잘 감상했다고 꼭 전해달랬어요.' 라고 전하자, 역시 또 크게 웃는다.
오늘도 나는 그에게서 마음을 다스리는 일에 대한 조언을 몇 수 귀에 담고 밝은 웃음으로 헤어져 돌아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역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 침묵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똑 같은 우리말을 쓰면서도 해석이 필요한 세상......
그 해석을 또 해석해야 하는 세상..... 그 해석을 또 다시 설명해야 하는 세상.....
차라리 침묵을 선택하고
내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만나게 될 언니의 꽃 미소를 그리워한다.

오늘 만났던 미소와 따뜻함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새벽.
하늘에서 폭죽놀이를 하는 듯 번개를 쏘아 올리고 난 다음 떨구는
빗방울들이 도로를 적신다.

'가만히 있다'는 말.... 참으로 평온한 말이다. 나는 지금 그렇게 가만히 있다. '미소'도 '침묵'도 함께 하고 있는 시간이다.

 





 

 


출처 : 끝까지 함께해요
글쓴이 : 금선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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