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타인의 글)

사랑엔 끝이 없다네

목향 2008. 12. 3. 17:08

 

         사랑엔 끝이 없다네

                                                                  박노해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 많은 시간이 흘러서도 

그대가 내 마음속을 걸어다니겠는가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 많은 강을 건너서도 

그대가 내 가슴에 등불로 환하겠는가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대 이름만 떠올라도 

푸드득, 한 순간에 날아오르겠는가 


그 겨울 새벽길에

하얗게 쓰러진 나를 어루만지던

너의 눈물 

너의 기도 

너의 입맞춤

눈보라 얼음산을 함께 떨며 넘었던 

뜨거운 그 숨결이 이렇게도 생생한데 

오늘도 길 없는 길로 나를 밀어가는데 

어떻게 사랑에 끝이 있겠는가


시린 별로 타오른 우리의 사랑을 

이제 너는 잊었다 해도 

이제 너는 지워버렸다 해도 

내 가슴에 그대로 피어나는 

눈부신 그 얼굴 그 눈물의 너까지는 

어찌 지금의 네 것이겠는가 


그 많은 세월이 흘러서도 

가만히 눈감으면 

상처난 내 가슴은 금새 따뜻해지고 

지친 내 안에선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해맑은 소년의 까치걸음이 날 울리는데 

이렇게 사랑에는 끝이 없다는 걸 

내 개인적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어찌 사랑에 끝이 있겠는가 


사랑은 끝이 없다네 

다시 길 떠나는 이 걸음도 

절망으로 밀어온 이 희망도 

슬픔으로 길어올린 이 투혼도

나이가 들고

눈물이 마르고

다시 내 앞에 죽음이 온다 해도

사랑은 끝이 없다네


나에게 사랑은

한계도 없고

머무름도 없고

패배도 없고

사랑은 늘 처음처럼 


사랑은 언제나 시작만 있는 것

사랑은 끝이 없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