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은. 정

길은정과 우울한 샹송

목향 2017. 3. 17. 17:37


길은정과 우울한 샹송  

 * 이 는 강원도 화천의 북한강변이 내려다 보이는 산골짜기에서  태어나고 자란, 가수 길은정이 노래로도 불렀다.


길은정이 3일전에 쓴 '마지막 일기'

 파랑이라는 색깔에서 파생된 색이라면 나는 그냥 좋다.
물론 '그냥' 이라는 답은 없어서 깊이 생각하고 따지고 들어가보면 좋아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겠지만 지금은 간단하게 생각하기로 한다.
'그냥'이라고....


내게는 기타가 2대 있는데 (뭐... 음악을 전문으로하고 기타를 전문적으로 치는 사람들에게는

기타 20여대 이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는 걸....)
그 두 대 모두 원목 색깔 그대로를 痢?기타다.

물론 어쿠스틱은 원목 의 빛깔과 나무 결을 그대로 살린 기타 중에서 훨씬 더 좋은

기타를 찾기 쉽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파란색으로 칠을 한 기타를 갖고 싶었다.
마침, 국내 기타제조회사인 '콜트Cort'에서, 나만의 이니셜이 새겨진 파란색 기타를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해왔다.

나는 그 분께 '정말이냐?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사실이냐?'고 수도 없이 물었고 너무 좋아 폴짝 폴짝 그자리에서 뛰기도 했고

뱅글뱅글 돌기도 했었다.

나는 '록시'에서나 다른 공연때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함께 무대에 서면 반드시

그 파란색 기타를 메고

파랑보다 더 싱그럽게 연주하고 노래하리라 마음 먹었다.

그 약속은 막 여름이 시작되려는 시점에서 이루어졌고 불과 몇 개월 후 나는 걸을 수 없어졌고

휠체어에서만 생활할 수 밖에 없어졌다. 그래서 이미 욕창까지 생겨버린 정도였다.

그리고 무대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꿈 속에서나 가능한 일일까?
열린 음악회에서 노래를 불렀던 것을 빼곤 대중들 앞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 파란색 기타에 대해서도 잊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크리스마스라고 가슴 설레던 그 날. 바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방송국으로

연락이왔다.

그 때 약속했던 기타가 다 만들어졌으니 가지고 가겠다는 것이었다.

볼이 아리도록 추운 날.
달마팔자 님(지금은 폐쇄해 버린 길은정 행복카페의 회원 닉네임)이 산타 클로스처럼,

여성용으로 작고 예쁜 모양에 금색으로 영문 '길은정'이라는 이름을 새긴 파란 색 기타를

들고 찾아오신 것이었다.

파란 색으로 칠을 했지만 원목의 결을 그대로 살려, 얼마나 이 기타를 만드는데

공을 들였는지 금방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정작 잊고 있었던 내 이름이 새겨진, 나 만의 파란색 기타...
세상에 단 하나 뿐인 기타...
그 기타를 쓰다듬으며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만감이 교차하는 울음이었다.

잊지않고 나 만의 기타를 만들고 있었던 '콜트 Cort' 기타회사 직원들과 달마팔자님의

선의를 생각하니

그 어떤 말로도 고맙다는 표현을 대신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고맙다고 말하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한참 동안 기타를 쓰다듬다가 자리를 정리했다.

그대로 있다가는 날을 새도 모를 지경이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더 일찍 만들어졌다면... 열린 음악회에 나갔을 때 연주할 수 있었을 걸'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집에 돌아와 꺼내보고 또 꺼내보고, 쓰다듬고 또 쓰다듬고, 소리를 내보고 줄을 맞추고....
휠체어에 앉아 기타를 오래 안고 있기에는 무리한 일이었는데도 나는 그랬다.
나는 그랬다...

그리고 나는 '길은정의 노래하나 추억 둘 송년특집. 라이브 우체국'을 생방송으로 진행할 때

그 파란색 기타로 '호텔 캘리포니아' 를 연주했다.

기타 폭이 좁아, 휠체어에서 조금 앞으로 자세를 빼어 앉으면 연주할 수 있는 모델이라 나는 내 사랑을 흠뻑 담아 기타 줄을 퉁겼다.

행복한 2시간 동안의 생방송이 순간처럼 흘러갔다. 그렇게 파란색, 내 이름이 새겨진, 나 만의 기타와 나는 하나가 된 듯 했다.


아이처럼 자랑하고 싶어 자꾸만 꺼내어 보고 있다. 이젠 기타를 메고 앉을 무대도 없으면서......

요즘은 책을 읽기도 힘겹고 인터넷에서 오랫동안 글자를 읽고 쓰기도 어려워졌다.
의사의 말로는 암세포가 내 두뇌로 옮겨가 시신경 어느 부분을 누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러나 난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이제 모든 것은 내 마음과 정신력에 달렸을 뿐, 병원에서 내게 해 줄 수 있는 일이란,

엄청난 말기 암의 통증을 줄일 수 있는 '몰핀' 주사를 놓아주고 역시 '마약류'로 분류되는 진통제를 처방해 주는 일 뿐이다.

내가 방송하는 목소리를 듣고는 정말 아픈 것 맞냐고 묻는 이도 있는 걸...
이제 모든 것은 내 정신력에 달려있고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 받도록 노력해야 할텐데...

내가 하는 일이 아닌, 남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어찌할 수 없기에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은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을 것 같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파랑색처럼 순수하고 맑으며 천재성이 빛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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