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초 동안 ♣
몇 줄 글을 읽고 있는 12초 동안
사람 40명과 개미 7억 마리가
지구에서 태어나고
내가 한 줄 시에 매달려 있는 12초 동안
30명의 사람과 5억 마리의 개미가
지구에서 사라진다
'이명수' 시인의 시'12초 동안'의
한 부분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페이지를 열고
이 글을 읽으려는 순간까지도
12초를 넘게 걸렸겠지요?
짧다면 짧은 이 시간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
좁게 보면 별 것 없는 것 같지만
넓게 보면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가 하루하루를 무료하다고 느낀다면
그 건, 시야가 좁기 때문인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바라볼 수 있는 세상이 넓어질수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1초는 없을 테니까요.
여러분은 지금
어떤 일을 벌이고 있습니까?
지금부터 약 210여 년 전
'하이든'은 생의 절정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교향곡을 무려 100곡이나 작곡했고
'에스테르 하지' 후작의 가문에서 풀려나
흥행 음악가로 당대 최고의 자리에 있었으니까요.
그때 작곡한 그의 유일한 트럼펫 협주곡,
트럼펫 협주곡 내림 마장조 H 7/E No. 1을 올립니다.
장크트슈테판 대성당의 성가대 단원으로,
변성기 전에 남성을 거세하는 <카스트라토> 권유를 거절,
밉보인 그는 17세에 성가대에서 쫓겨났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그가 터를 잡은 곳은 '에스테르하지' 가의 음악 부감독,
주인이 풀어줄 때까지 30년을 충복으로 정성을 다했습니다.
'모차르트' '베토벤' 하고는 전혀 다른 삶!
성실함이 배어있는 그의 곡을 올립니다.
여러분, 지금부터 12초 동안은
무슨 일을 하시렵니까?
생각에 잠길 여러분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행복하십시오. - 초 립 -
12초 동안 | 이명수
몇 줄 글을 읽고 있는 12초 동안
사람 40명과 개미 7억 마리가
지구에서 태어나고
내가 한 줄 시에 매달려 있는 12초 동안
30명의 사람과 5억 마리의 개미가
지구에서 사라진다
부화장 컨베이어벨트에서 걸러지고
가스실에서 질식한 다음
자동절단기 속으로 떨어지는 12초 동안
개미와 병아리와 몇몇 글이
다음 컨베이어벨트에서 돌아가고 있는 12초 동안
지구 한 모퉁이에서 한 줄 시가
잠깐 스쳐 지나간다
개미와 병아리와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에서
아무것도 없는 것에 대하여
썼다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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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초 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