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팽-야상곡 CHOPIN: Nocturnes ♣
당신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볼 때가 좋다
차가운 겨울 밤하늘에 비껴 뜬 보름달이 나를 바라보듯
풀을 뜯던 들녘의 소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 보듯
선암사 매화나무 가지에 앉은 새가
홍매화 꽃잎을 쪼다가 문득 나를 바라보듯
대문 앞에 세워둔 눈사람이 녹으면서
나를 바라 보듯
폭설이 내린 태백산 설해목 사이로 떠오른 낮달이
나를 바라보듯
아버지 영정 앞에 켜둔 촟불이 가물가물 밤새도록
나를 바라보듯
물끄러미 당신이 나를 바라볼 때가 좋다
눈길에 버려진 타다 만 연탄재 처럼
태백선 추전역 앞마당에 쌓인 막장의 갱목처럼
추적추적 겨울비에 떨며 내가 버려져 있어도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 당신의 눈빛 속에는
이제 미움도 증오도 없다
누가 누구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눈빛 속에는
사랑보다 연민이 있어서 좋다
'정현종' 시인의 '물끄러미'입니다.
'물끄러미'라는 말, 그 느낌이 문득 다정합니다.
아무런 적대감 없이, 바라는 것 없이
가만히 오래 바라보는 시선 말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어색하지 않게
물끄러미 바라볼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언제? 누군가?를 물끄러미
바라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누군가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신 적은 있으신가요?
'누가 누구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눈빛 속에는
사랑보다 연민이 있어서 좋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만인이 물끄러미 바라볼 때, 이혼녀이며
파리 사교계의 걸출한 소설가 '조르주 상드'
그녀는 '쇼팽'을 물끄러미 바라보지 만 않았습니다.
8세에 공개 공연을 할 정도로
음악적 재능을 가진 '폴란드'의 천재 '쇼팽'은
나이 20세에 '상드'와 9년의 연애 끝에 병들어
쇠락한 그는 연인에게 버림받고... 39세에
타국 '프랑스'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쇼팽의 시신은 파리 Père Lachaise에
안장되었고, 그의 심장은 누나의 손에 들려
바르샤바의 십자가 교회에 있는 기념비에 묻혔습니다.
'누가 누구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눈빛 속에는
사랑보다 연민이 있어서 좋다.'는 시인의 말이
젊어서 요절한 천재를 떠올리게 합니다.
쇼팽이 남긴 주옥 같은 수 많은 곡 중
피아노가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서정성과 감성,
쇼팽의 야상곡(CHOPIN: Nocturnes)을
올립니다.
밤의 정취에 영감을 받아 조용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노래하고 있는 작품을 녹턴(Nocturne),
야상곡(夜想曲)이라고 부른답니다
쇼팽의 녹턴은 21곡이다, 아니다 20 곡이다.
설이 분분합니다. 오늘은 최초에 발견된 원곡 19 곡을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의 피아노 연주로 감상하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초 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