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꽃이 피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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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과 단골이 함께 늙어가는 미용실. 달궈진 고대기가 쩔꺽쩔꺽 부푼 바람을 넣습니다. 능숙한 손이 머리를 한껏 틀어 올려줍니다. 오래 적부터 전수된 저 머리, 풋내기는 감히 접근 못 할 자존심입니다. 한때 골목은 꽃과 나비가 엉키고, 화사한 한복들이 검은 승용차 반짝거리는 구두들 술청들 때 그 바닥의 근성을 꿴 저 올림머리들, 나비들을 추켜세우기도 하고 간혹 선을 넘는 그들을 노련함으로 막기도 했습니다. 이제 큰 손들은 목 좋은 남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나비들도 꽃을 따라 떠났습니다. 왕마담이라 불리던 그녀들, 세월에 뒤처지고 풀 죽은 자존심을 한껏 치켜세웁니다. 탱글탱글한 웃음을 담은 푸른 방, 분꽃들이 때 이른 손님을 부르고 있습니다.
- 최연수 시인
저녁 산책길, 주택가 골목에 분꽃이 핀 것을 보았습니다. 정겹기도 하고 반갑기도 한 꽃. 저녁이면 출근을 서두르던 어느 골목이 떠올랐습니다. 이제는 그런 시절도 지나 큰 건물들 들어선 그 동네. 저녁에 피기 시작한 그 많던 꽃들, 다 어디로 갔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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