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하게 하루를 열었다가 언제인지 모르게 닫는 무궁화. 열림과 닫힘을 반복하는 무궁무진한 꽃은 세상사 피고 지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듯 넉넉하게 웃어준다. 아직 반쯤만 열고 있는 우듬지의 호기심은 곧 문을 열어젖혀 세상을 받아들일 것이다. 바닥의 입 오므린 무궁화들을 주워 아버지는 나무의 발등에 소복이 얹어준다. 매일 아침 나무를 위한 아버지의 조문 방식. 숙연하게 바라보던 나도 다른 꽃을 집어 뿌리쯤에 놓아준다. 아침부터 매미 소리가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