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타인의 글)

빨래를 하십시오 / 이해인 수녀

목향 2020. 4. 4. 13:36




빨래를 하십시오 / 이해인 수녀


우울한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맑은 물이

소리내며 튕겨울리는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밝아진답니다.


애인이 그리운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물 속에 흔들리는

그의 얼굴이

자꾸만 웃을 거에요


기도하기 힘든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몇 차례 빨래를 헹구어내는

기다림의 순간을 사랑하다 보면

저절로 기도가 된답니다


누구를 용서하기 힘든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비누가 부셔지며 풍기는

향기를 맡으며

마음은 문득 넓어지고

그래서 행복한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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