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윤희에게> 홍보 포스터
“너를 만났던 시절, 참으로 행복을 느꼈어. 그렇게 충만한 삶은 결코 또 오지 않을 거야. ”
“너는 나한테 동경의 대상이었어. 너를 만나고 나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어.”
위 구절은 영화 ‘윤희에게’에서 두 주인공 편지글의 한 대목들이다.
이 두 사람은 고등학교 동창이고 한 사람은 한국인, 또 한 사람은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로 보통 우정을 넘어 동성애 관계다.
*쥰이 써 놓고 부치지 못한 편지를 고모가 <쥰> 몰래 우체통에
하지만 영화 전반 어디에도 에로티시즘적 언어나 몸짓은 한 장면도 없고
편지를 한 번씩 쓰는 것으로 주를 이루지만 뒤에 실제 만났을 때도 표면적으론 두세 마디의 인사가 전부다.
아마도 이러한 함축적이고 절제된 영상이 수많은 상상의 나래를 펴고 이야기를 낳고
내일을 짐작하고 꿈꾸게 하기에 잔잔한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참으로 오랜만에 진지한 마음으로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기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임대형 감독으로 윤희역에 ‘김희애’ 쥰이 역에 일본 배우 ‘나키무라유코’ 가 주연으로 등장한다.
*고모가 부친 편지를 윤희 딸 <새봄>이 먼저 보게 되고
이 영화를 보게 된 동기는 배경이 ‘오타루’의 눈 천지 때문이었다.
잘 알려진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에서,
“오겡기 데스까 ."
를 외치던 장면이
바로 설원의 ‘오타루’고 또한 2019년 부산 국제 영화제 폐막 작품으로
꽤 좋은 평을 받았다는 홍보기사가 한몫을 더 했다.
*쥰의 집 앞까지 윤희가 찾아왔지만,목전에서 발길을 되돌리고
고교 졸업후 윤희는 한국에 쥰은 일본에 거주하며 20여 년이 흘렀고 그간 둘은 마음에만 간절히 자리할 뿐
어떠한 만남이나 연락도 끊긴 채 지나지만 수 없이 썼다 지우는 쥰의 편지를 조카 몰래 고모가 발송하게 되고
그 편지를 먼저 보게 된 윤희의 딸 새봄 이 엄마를 설득하여 오타루 여행을 감행하게 된다.
이미 딸과 고모는 어느 정도 둘의 내밀한 관계를 눈치챘을 것이고
윤희 역시 마지못해 오타루 여행을 따라간 것이 아니고 혹시나 아니,
어쩌면 의도적으로 쥰을 만나고픈 마음이 간절했기에 직장을 잃으면서까지 실행한다.
세월은 흘렀어도 그들의 변치 않은 사랑의 감정을 잘 대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한 여행에서 쥰을 만나게 되지만 막상 목전에서 윤희는 눈물을 훔치면서 발길을 돌린다.
그의 그러한 모습은 헤아릴 수 없이 소용돌이치는 그 벅찬 감정의 폭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쥰의 편지를 받고 지난 앨범을 뒤적이며 추억을…….
여행이 끝나가도록 재회 없는 두 사람, 딸의 안타까움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만남으로 이어주지만,
두어 마디의 인사가 전부로 똑바로 얼굴은 마주할 수 없는 극한의 농축된 감정의 연출,
보는 이의 마음조차 애달프지만, 결국 이 한 번의 만남은 이후 각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죽지 못해 사는듯한 오랜 고뇌와 침체에서 벗어나 꿈과 희망이 있는 밝은 내일을 기약한다.
사랑의 물음에 무어라 답해야 할까!
“ 사랑은 인간관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하고 오묘한 감정으로 여러 가지 복합적인
심리적 요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다차원적인 요인을 가지며, 인지적인
요소와 행동적인 요소도
포함되어 있고
신뢰, 믿음 행동이 표현된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설원 오타루에서 딸 <새봄>과 눈싸움을 하면서 즐거운 한때
라고 누군가 말했지만, 그말이 아니더라도 사랑! 사랑은 참으로 귀하고 소중하다.
인간사에서 이 만큼 무게를 지닌 말도 드물 것이다.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는 동서고금 위력을 포함한다.
그러기에 누구와 어떤 관계에서도 진정한 사랑 앞에서는 잣대가 필요 없는 것 아닐까!
하물며 성 소수자라 해도 손뼉 칠일은 아니지만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 소수자지 한 개인으론 삶 전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금도 삐딱한 시선의 주인공으로 낙인찍히지만, 그 일이 다른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또한 어쩔 수 없는 원초적 본능에서 초래되었다면 왜 돌을 던지나?
위 영화의 본질도 그런 면에서 착상되지 않았을까 싶다.
*20여 년 만에 만난 사랑하는 사람, 차마 선 듯 나서지 못하고
그들의 숭고한 사랑을 일찍이 인정했다면 그 오랜 기간 방황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무거운 고뇌에서 해방되어 행복했을 것이다. 주인공의 말처럼 절대 부끄럽지 않은 행위임에도
헤어진 이후 여분의 삶이 벌이 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두 주인공 익히 관록 붙은 배우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주어진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평을 던지고 싶다. 실제로 기품있고 우아한 매너의 ‘김희애’가
아주 평범한 중년 아줌마로 고뇌에 찬 삶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일은 천상 배우임을 입증한 일이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딸이나 고모로 분한 조연들도 캐릭터와 완벽 동화되어 매우 자연 스러웠다.
*눈물을 글썽이며 마주 쳐다보지 못하고
나는 이 영화가 끝나고 한참이나 멍했다. 20대의 풋풋한 시절, 한 친구의 얼굴이 겹쳤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 주인공 같은 인연의 고리는 아니었어도 결코 내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얼굴,
바로 내 문단의 추천작품 <세월의 강>의 주인공이다.
그가 떠난 것이 직접 나와의 연관은 아니지만 아름답지 못한 일로 헤어져 위 주인공처럼 20여 년 만에
마주했을 때 아무 말 없이 한 참이나 그냥 서 있었던 기억이 이 영화를 계기로 새삼 떠 올려졌기 때문이다.
*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다가서지 못하고
참으로 인간관계의 영혼 세계는 미묘하고 1 더하기 1은 2가 아님을
우리는 체험하고 느끼며 살아들 간다.
그냥 한 발자국만 먼저 떼어놓으면 스스로 풀어질 것을 알면서도
그 한 발자국 떼기가 왜 그리도 어렵단 말인가?
오래전에 나는 오타루에서 가까운 삿포로를 여행한 적이 있다. 겨울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폭설의 장을 체험했기에 위 영화는 그때의 추억과 자신을 돌아보는
또 한 번의 계기로 오타루의 여행을 꿈꾸게 한다. 매일 흩날리는 눈발, 산더미로 쌓이는 눈덩이, 조용하면서도 싸늘한 공기, 차가운 달빛, 참 매력적인 고장으로 느껴진다. 영화의 무대, 오타루의 운하길을 걸으면서
온전한 나로 깊은 상념에 묻히고 싶다.
이 영화는 참 사랑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 주었다.
순수힌 사랑이 무엇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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