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타인의 글)

[스크랩] 별들은 따뜻하다/정호승

목향 2009. 11. 10. 21:57

 

 

별들은 따뜻하다

 

 

정호승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시인 약력]

 

출생 : 1950년 1월 3일, 대구

학력 :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석사

경력 : 2000년 현대문학북스 대표

수상 : 2006년 가톨릭문학상 제9회 수상

 

 

[감상]

 

어느 겨울 날,

매운 바람은 윙윙 불어대고, 가난의 하늘은 캄캄하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세상이지만,

문득 싸늘한 밤공기를 사복사복 감싸안는

포근한 눈사위가 있어 다소간 위로가 되는 일이다

눈 덮인 보리밭길을 환하게 비춰주는 밤별들의 따뜻한

노래가 있는데 또한 무엇이 두려울 것인가

가난과 어둠과 온갖 거짓으로 가득찬 시간 위에

피어나는 노래, 그것이 곧 별이다.

진리의 별이 하나, 둘 뜰 때

내일에 대한 굳은 믿음들이 돋아날 때

거짓의 하늘에 따뜻한 화해의 눈발이 휘날리고

북풍이 몰아치던 어두운 삶의 보리밭길에도

푸른 첫 새벽이 피어나리라

그 힘으로 이 캄캄한 슬픔을 관통하리라 (양현근)

 

출처 : 월암 문학카페
글쓴이 : 참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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