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은 따뜻하다
정호승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시인 약력]
출생 : 1950년 1월 3일, 대구
학력 :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석사
경력 : 2000년 현대문학북스 대표
수상 : 2006년 가톨릭문학상 제9회 수상
[감상]
어느 겨울 날,
매운 바람은 윙윙 불어대고, 가난의 하늘은 캄캄하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세상이지만,
문득 싸늘한 밤공기를 사복사복 감싸안는
포근한 눈사위가 있어 다소간 위로가 되는 일이다
눈 덮인 보리밭길을 환하게 비춰주는 밤별들의 따뜻한
노래가 있는데 또한 무엇이 두려울 것인가
가난과 어둠과 온갖 거짓으로 가득찬 시간 위에
피어나는 노래, 그것이 곧 별이다.
진리의 별이 하나, 둘 뜰 때
내일에 대한 굳은 믿음들이 돋아날 때
거짓의 하늘에 따뜻한 화해의 눈발이 휘날리고
북풍이 몰아치던 어두운 삶의 보리밭길에도
푸른 첫 새벽이 피어나리라
그 힘으로 이 캄캄한 슬픔을 관통하리라 (양현근)
출처 : 월암 문학카페
글쓴이 : 참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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