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타인의 글)

◈ 가을날 / 릴케 ◈

목향 2009. 1. 10. 21:18

      ◈ 가을날 / 릴케 ◈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해 주소서. 이틀만 더 남국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독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들 사이로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맬 것입니다.

'문학(타인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쁨이 열리는 창 / 이해인  (0) 2009.01.13
막창집에서 / 글쓴이 결바다  (0) 2009.01.13
芝蘭之交를 꿈꾸며 / 유안진  (0) 2009.01.09
사슴뿔 / <고> 유희남  (0) 2008.12.30
국물 이야기 / 문형동  (0) 2008.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