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아 선생님께 -
황금찬
선생님을 못 뵌 지도 몇 년이 지났습니다.
선 후배를 모를 정도로 문학의 정이 깊었던
금아 선생님
음성보다 표정이 더 꽃 같았던
금아 선생님
시는 꽃이고 산문은 잎이지. 선생님이 자주 하시던 말씀
꽃이 고와야지 잎이 고운 법은 없지
그러나 잎이 고우면 꽃도 고운 법이지.
선생님이 제게 처음 보내신 책이 『금아 시문선』
산문부에서 봄, 수필, 시골한약국
꽃보다 잎시들보다 고았던 글을 선생님은
그 글 속에서 천 년을 숨 술 것입니다.
선생님이 보내신 책들을 순서 없이 적어봅니다.
피천득 시집, 생명, 금아시문선, 산호와 진주,
피천득 인연
선생님 저는 새벽별을 보듯이 이 책들을 보고 있습니다.
금아 선생님
먼 나라에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가 있답니다.
선생님 그 나라에서 만납시다.
*황금찬- 1953년<한대문학>등단 시집 '행복을 파는 가계' 외 32권
산문집 '너의 창에 불이 꺼지고'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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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선생님께
김남조
오월을 사랑하시고 오월에 하늘나라로 가신 선생님
다시 오월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혼천지에 오월이 가득히 담겨 깨끗한
푸르름으로 출렁이고 있습니다.
지상의 저희 삶은 쉽게 넘어가는 책속의
페이지처럼 순탄친 않습니다만 그러나 생의
어려움 바로 그것에서 일깨움과 자양분을
얻으며 그 교훈의 힘으로 일상의 균형을
조율하며 지냅니다.
그리고 천상에서 가호와 축복을 전해 주시는
선생님과 선생님처럼 영혼이 정갈하신 분들의
보살핌에 기대면서 저마다의 길을 겸허히
노력하며 걸어갑니다.
아울러 이래야만이 선생님과 저희가 함께
있음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삶은 끝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영혼은 결코
멸하는 것이 아니기에 선생님의 평화와 강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의 크신 스승이신 피천득 선생님,
무궁시공안에서 무량평안하옵소서
이천구년 오월십일
제자 김남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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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아 선생님
허영자
세상에서 제일
겸손한 신사분이
누구냐고 물으면 저는
금아 선생님! 하고
대답하겠습니다.
작고 가여운 풀꽃을
제일 사랑한 시인이
누구냐고 물으면 저는
금아 선생님! 하고
대답하겠습니다.
권력도 금력도 명예욕까지도
깨끗이 초월 할 수 있는
그런 마음 가진 이
누구냐고 물으면 저는
금아 선생님! 하고
대답하겠습니다.
저 세상 가신 뒤까지도
그 이름 부르면 향기나는 이
누구냐고 물으면
금아 선생님 하고
대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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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신달자
더 몸이 크면
죄송하지
발자국도 나지 않게
가볍게
조용히
세상에서
가지고 싶은 것을
고즈넉한 마음하나뿐
발소리 죽이며
찾아갈 향기
거기 있었네
피천득/수필가, 시인, 영문학
호는 금아(琴兒)1910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국 상하이 공보국 중학을 거쳐 호강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한때 교사로 근무했으며 광복 직후인 1946년 경성대학(지금의 서울대)
예과를 거쳐 1974년 까지 서울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1954년엔 미국 국무성 초청으로 하버드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연구하기도 했다.
1930년 <신동아>에 "서정소곡(시)"을 발표하면 문필 생활을 시작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를 특유의 섬세하고 간결한 언어로 표현하여 남녀노소 모두에게
고른 사랑을 받고 있는 그의 수필들은 대표작인 '인연'등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유명 작가로 평생을 살았으되, 검소하고 소탈한 생활인으로
책과 다불어 조용하게 살아온 이 시대의 선비이며 작가이다.
2007년 5월 25일 오후 11시 40분 노환으로 별세. 향년 97세
자료 제공 / 박원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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