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여행

나일강은 역시 젖줄 / 기행문

목향 2008. 11. 30. 15:01

 

아, 나일강은 역시 젖줄   

기행문(이집트 편)

김종선

 

 여행국은 3국3개 도시 (이집트-카이로) (그리스-아테네) (터키-이스탄불) 이었다.

집에서의 출발 시간이 09시 30분이었는데 카이로에 도착이 09시(우리나라시간)이니 거의하루가 걸린 셈이다. 물론 인천, 이스탄불 공항에서 각각 몇 시간씩 체류했으니 (첫날 이스탄불을 거쳐 카이로로) 비행시간만은 15시간 정도 걸린 셈이다.

조금은 설레기도 하고 한편으론 장시간의 비행을 많이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고 몸 컨디션도 좋아 참 다행이었다.

좌석이 창가라 멀리 눈 덮인 산줄기도 보고 간간히 구릉지대와 늪지대, 또한 환상적인 일몰, 구름바다도 감상하면서 옆 지기 친구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목적지에 닿았다. 

 

카이로에서 우리가 묵은 호텔이 (특급 CONRAD) 시설도 잘 되어있고 화려하고 웅장했는데 알고 보니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이 이곳에 왔을 때 묵었던 호텔이란다.

이튿날 첫 관광은 바로 중심 시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고고학 박물관과 저녁 sound & Night show 관람으로 이어졌는데 피라미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사진으로 보아온 그 느낌 그대로 참으로 웅장했다.

물론 피라미드란 4각형토대에 측면은 3각형을 이루도록 벽돌을 쌓아 올려 한점에서 만나도록 축조한 구조물을 말 함이니 이곳뿐 아니라 멕시코, 중남미에 있는 마야, 잉카문명 유적에도 있긴 하지만, 흔히 우리는 피라미드 하면 세계7대불가사의 에 들어 있는 이곳 기자(gizeh)에 있는 3개의 피라미드를 생각하게 된다. 모두 제4왕조 (b. c. 2600)대에 만들어 졌으며 가장 큰 것은 쿠푸왕의 것으로 높이가 148미터에 이른다.(카프레 왕 136미터 멘카우레왕 62미터)

일부이지만 내부까지 들여다보았는데 산 사람이 사는 것처럼 꾸며져, 죽어도 죽지 않는 영생을 굳게 믿고 있는 그들의 종교 의식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아무리 왕이라곤 하지만 죽은 사람을 위해서 저토록 웅장하게 만들어 놓을 수 있다니 그들의 의식을 나로선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나같이 종교는 그 종류에 따라 문제와 해답이 다르긴 하지만 결국은 어떻게 사는 것이 바로 사는 길임을 탐구하고, 육신 보다는 정신적인 문제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은 자명한 일일 진데, 이슬람교는 신에 대한 절대적 순종이 근간을 이루고 특히 고대 이집트의 종교는 죽음 이후를 가장 큰 문제로 여겼기에 죽은 후에도 다시 부활 할 것이란 믿음이 저렇듯 장엄한 피라미드 같은 석조물로 표현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사진으로는 피라미드 세 개가 가깝게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좀 멀리 떨어져있고 잠시지만 차를 타고 이동했다.


스핑크스( 카프레왕 지킴이)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듯이 몸은 사자 ,머리는 사람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높이 21m, 길이57m 의 석조물인데 사막 한 복판에서 모래 바람을 견디느라 몸통 부분이 깎여나가 비계를 세우고 보수작업을 벌리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 본 스핑크스사진이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어 한층 이곳의 여행을 부추 겼는지도 모르는데, 피라미드에 비하면 그렇게 높지도 않고 웅장한 모습도 아니었다. 사진으로 보았던 느낌이 많이 감소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잠시 축조 당시를 상상해보았다. 모든 장비도 인력도 불충분한 상태에서 저토록 거대한 축조물을 세우느라 얼마나 많은 국민의 피눈물을 자아냈을까 …….


박물관에는 고 미술품, 조각상 ,보석류, 왕의 유품, 미이라등 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자꾸 눈길이 미이라 쪽으로 향해져 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북어처럼 깡마르고 검은 고동색으로 옆으로 누워져있는 모습 , 순간적으로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지만 나 역시 가야할 길인데 뭐 그리 호들갑이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왕의 금관은 참으로 황홀하고 아름답게 보여 한참이나 지켜보았다. 살아서도 왕이요, 죽어서도 왕이었다. 

저녁에 쇼우 관광은 거대한 나일 강의 서서히 흘러가는 유람선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관람 했는데 맛있는 음식, 감미로운 음악, 기교적인 춤 등보기만해도 흥에 겨워 같이 손뼉도 치고 아는 노래는 따라 부르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아보고 ‘아리랑’ 도 연주해주어서 반가웠고 팀 중의 한 친구가 팁 이란 것을 건네니 더욱 흥을 돋우어 주는듯했다.


연4일을 이집트에서 머물었는데 그중 ‘룩소르’의 신전 (카이로에서 비행기로 2시간) 관광은 빼놓을 수없다. 최 전성기 (b. c. 1500) 에는 인구가 1천만 명이 넘는 대도시로 알려졌었고 이집트의 최대규모의 신전인 ‘카르낙 대신전’ 과 ‘룩소르 신전’ 이 아직도 그 장엄한 자취를 뽐내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많이 파괴된 모습이란다.

‘카르낙 대 신전’ 엔 높이 23미터, 15미터의 두 종류의 큰 기둥이134개나 늘어서있었다니 당시의 화려하고 거대했던 신전의 위용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한 시간여를 고개를 쳐들고 다니느라 나중엔 목이 뻣뻣해져서 쳐다보기도 힘들었다.


또한 ‘왕가의 계곡’ 즉, 왕들의 공동 묘소를 말함인데 (현제 64기 확인) 다음 세대의 부활을 위해 도굴 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만들어 졌다고 한다. 그중 ‘람세스 2세’의 무덤을 꽤 긴 계단을 내려가 (허리를 굽히고) 보았는데 실제 사는 집처럼 꾸며져 있고 (여러 개의 방)  시신이 있던 자리, 지하엔 아주 크고 강철보다 더 단단해 보이는 석관만 덩그마니 놓여있었다.

그 곳엔 나무 한 그루 안 보이는 사막지대인데다 덥기도 하고 모래바람이 불어 일행 모두가 방어책으로 아주 커다란 수건을 현지에서 구입해서 얼굴을 가렸는데 그 모습이 어찌 우습던지, 서로 마주보며 웃고 떠들면서 힘들지만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이곳 사람들의 생활상은 한 눈에 보아도 너무도 불결했다.( 물론 중심부 나일 강 주변은 아름답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이 맨발로 다니고 여자들은 검은 색의 천으로 눈만 빠끔히 내놓고 얼굴을 가리고 긴소매에 거의 발끝가지 치렁치렁 한 그 답답한 옷을 입고 다니며(히잡이라고 한단다.) 남자들 역시 우리 여자들이 흔히 집에서 입는 홈드레스 같은 긴 옷에 머리엔 두리 뭉실하게 수건 같은 것을 두르고 정말 이 더위에 보기만 해도 답답했다.

‘속옷인들 입었겠느냐.’고 누군가가 말해 우린 한 바탕 웃었다.

 

살고 있는 집들도 여기저기 철근이 삐죽삐죽 나온 것이 허술해보였는데 그것은 집을 다 완성하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일부러 그렇게 미완성의 모습으로 사는 사람이 많단다.

시장엘 가 보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진열된 식품들 위로 파리 떼가 날아다니고

그 어디고 정돈된 모습은 보이지 않고 불결해서 먹은 것이 토악질 될 정도였다. 교통정리란 말이나 알고 있는지 조차 의심되고 한마디로 불결, 무질서 그 자체였다.

주변의 나무들이나 꽃잎에도 모래와 흙먼지의 모자를 뒤집어쓰고 …….

하기야 1년에 우량이 30,40mm 라니 어쩌겠는가.


거듭되지만 아무리 회교 국가라 해도 이곳의 장례 풍속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화장도 매장도 아니고 그냥 시신을 지하실 같은 곳에 안치하고 그 위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처럼 꾸며 놓은 것이다. ( 전에는 실제 사람들이 살기도 했단다.)

귀족들의 무덤을 조금 떨어져 보긴 했지만 마치 여러 채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작은 마을을 이룬 듯 보였다.

가이드왈 밤에 차를 타고 이곳을 지날 때는 무섭고 냄새도 풍긴다고, 언젠가는 부활 할 거란 믿음 때문이란다. 참 신앙이 피보다 진하다더니,

가난하게 살아도 누굴 원망하는 일 없이 절대적으로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신에 순종하는 생활이 몸에 배어 있어 하루에 다섯 번씩 기도를 한다.( 음악을 흘려보내 기도시간을 알리니까 길거리에서 조차 자리를 깔고 기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나일 강에 대해 얘기하자. ‘아, 이집트의 젖줄 나일강 !’ 그 어느 것 보다도 정말 부러운 것은 나일강이었다.

유유히 흐르는 이 강을 멀거니 바라보노라니, 이 땅은 참으로 신이 내려주신 축복의 땅이지 싶다.

‘고대문명의 발상지.’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온 말이다. 그것은 결코 이미 배워진 식상한 상식 때문이 아니다. 해질녘 도시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나일 강을 첫 대면한 순간, 가슴이 확 트이고, ‘센 강’이나 ‘도나우 강’, 아니 그 어느 강을 첫 대면 했을 때와는 달리 너무도 강한 느낌으로 가슴에 닿았다.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이란 것은 이미 알고 있는 터였지만 그 드넓은 강줄기가 이렇듯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줄 줄이야…….

나일강의 근원은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빅토리아 호수에서 시작한 백 나일강과 에티오피아 산악의 골짜기에서 흐르는 청 나일강이 수단의 카투틈 남방에서 합류하여 이집트의 젖줄을 이루고 지중해로 흘러들어간다.

이곳에 비가 그렇게 오지 않아도 살아 갈 수 있는 것은 아프리카 고원의 봄비가 몇 달 후엔 홍수로 이집트에 범람하여 자연히 부엽토를 끌어 들이게 되어 자연의 퇴비를 깔아주기 때문에 비옥한 옥토로 만들어지며, 또한 그 물로 인공 물줄기를 만들어 사용함으로서 모든 생물들이 살아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연중행사처럼 어김없이 홍수가 범람하여 수해로 인한 피해도 대단해서 끈임 없이 연구 중이며, 1972년에는 이스완하이땜을 만들어 수해도 줄이고 강변의 많은 땅들은 전천후의 농토로 전환시키기도 했단다.


무릇 즐거운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날씨가 한 몫 해야 하고 팀워크, 숙소, 음식 등에  큰 불편이 없어야 함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다행이 이번 여행은 이 모든 것들이 충족 되었다고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특히 조금은 까다로운 나와 한방을 쓰게 되어 약간의 불편을 느꼈을 방 짝에게 아니, 같이 한 모든 친구들에게 또한 여러 가지로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선뜻 여행을 보내 준 가족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집을 멀리 떠나오게 되니, 쌓였던 스트레스를 조금은 날려 버린 듯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성의 기회도 갖게 했던 것도 큰 수확이다.    

이집트 도착 5일째, 주마간산 격이지만 이렇게 이곳 여행을 마치고 다음 여행지 ‘아테네’를 향하여 떠나야한다.

이집트여, 안녕!

6500 Km의 장구한 여행을 즐기고 있는 나일강이여, 안녕,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