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나그네 ♣
꿈과 외롬 사이 태어나서
외롬과 꿈 사이 숨지나니
별이 하늘에 박힌듯이
달이 허공에 달리듯이
수주(樹州) 변영로 시인 '실제 失題' 의 마지막 소절
일부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시인은 '사람의 일생은 꿈과 외로움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시는..
"꿈과 외롬의 두 틈 사이
잠자코 말없이 살으리라" .. 로 끝을 맺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꿈과 외로움 사이에서
별처럼, 달처럼 살고 있습니다.
가곡의 신, 천재 '슈베르트' 가 문득 생각납니다.
누구에게나, 사랑은 참 어렵습니다.
특히 젊은 남성에겐 더 어려운 게 사랑이지요.
사랑도 연습이 필요한 거니까요.
어떤 이는..
첫사랑이 깨지기 쉬운 건 미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미숙함이 큰 상처를 남긴다.
상실, 실연의 상처는 사람을 성숙하게도 하지만
때로는 헤어날 수 없는 절망으로 빠뜨리기도 한다. 고
말합니다.
인생살이도 처음 살아보는 것,
미숙한 첫사랑 같아서 때로는, 마음 깊숙한 곳에
아물지 못할 상채기를 남김니다.
사랑을 잃은 청년이
얼음과 눈으로 덮인 들판으로 방랑의 길을 떠납니다.
사랑의 상처를 잊으려고,
그녀의 집 앞에서 '안녕 Gute Nacht'을 노래합니다.
모두 24곡으로 구성된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를 올립니다.
'슈베르트'의 친구들은 그의 수척하고 우울한 모습을 보고
어디가 안 좋으냐고 걱정을 합니다.
"걱정하지 마라, 며칠 만 기다려 봐" 라고 대답한 '슈베르트'가
며칠 후 친구들을 그의 집에 불러놓고 1시간이 넘는 이 곡을,
직접 반주와 노래를 했습니다.
친구들이 놀란 것은 이 곡이 너무 우울하다는 것,
"그래도 5번 보리수가 젤 낫네..!"
라는 반응이었답니다.
지금까지도 가장 유명한 제5번 '보리수' 말입니다..
3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시인 '빌헬름 뮐러 Wilhelm Müller'의 시,
그의 시에 곡을 붙여 '겨울 나그네'를 작곡하고 1년 후,
31세를 1기로 세상을 떠난 '프란츠 슈베르트 Franz Schubert'
지금은 별이 되어 어느 하늘에 박혀 반짝 일까요?
땅에서는 예술이 되어 세상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꿈과 외로움, 엄동설한에 박혀있어도,
미숙함으로 마음 아려도,
기다리면 봄이 온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아름다운 한주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 초 립 -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위에 올린 전곡은 여유롭게 감상하시고요.
아래는 유명하다는 몇곡을 발췌해 올립니다.
바리톤 - Dietrich Fischer-Dieskau
피아노 - Gerald Moore의 연주입니다.
전곡 연주 시간표
1--Good Night: 0:00;
2--The Weather-Vane: 5:22;
3--Frozen Tears: 7:05;
4--Numbness: 9:39;
5--The Linden Tree: 12:33;
6--Torrent: 17:07;
7--On the River: 21:24;
8--Retrospect: 25:05;
9--Will o' the Wisp: 27:36;
10--Rest: 30:10;
11--Dream of Springtime: 33:10;
12--Loneliness: 37:05;
13--The Post: 39:49;
14--The Grey Head: 42:05;
15--The Crow: 45:00;
16--Last Hope: 47:05;
17--In the Village: 49:27;
18--The Stormy Morning: 52:40;
19--Deception: 53:33;
20--The Signpost: 55:08 ;
21--The Inn: 59:15;
22--Courage: 1:03:50;
23--The Phantom Suns: 1:05:18;
24--The Hurdy-Gurdy Man: 1:07:57
1. Gute Nacht 굿 나잇
낯설게 왔다가 낯설게 떠나간다.
5월에는 많은 꽃이 피었고,
소녀는 사랑을 속삭였고,
그녀의 모친은 결혼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어둡고 길은 눈에 덮여 있다.
여행 일정도 없이, 어둠 속에서
혼자 길을 더듬어가야 한다.
달빛을 벗삼아 짐승 발자국을 따라 나는 간다.
쫓겨날 때까지 이 고장에 머무를 수는 없다.
개야, 짖으려거든 실컷 짖어라.
사랑은 방랑을 좋아하고 옮겨 앉도록
신이 마련하셨다. 연인이여, 안녕 ! 그대의 꿈,
그대의 휴식을 잡치지 않으련다.
발소리가 안 나도록 밖에 나가서 문에나
'안녕'이라 쓰리라. 그대가 보고 내 마음을 알도록..
제4곡. Erstarrung 언 가슴
눈 속에서 헛되이 그녀의 발자취를 찾는다.
그녀가 내 팔에 기대어 걷던 들판.
흙이 나올 때까지 대지(大地)에 입맞춤하여
뜨거운 눈물로써 얼음을 녹일까.
꽃과 풀은 다 시들고 기억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나의 슬픔이 침묵하면 누가 나에게 그녀를 말하랴.
죽은 듯한 내 마음속에서 그녀의 모습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내 마음이 다시 녹으면,
그녀의 모습도 그곳에서 풀려나리라.
제5곡. Der Lindenbaum 보리수
성문 앞 샘 곁에 보리수가 서 있다.
나는 그 그늘에서 많은 단꿈을 꾸었다.
줄기에 사랑의 말 숱하게 새겨 넣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찾아갔다.
오늘밤에도 그 곁을 지나면서
어둠 속에서 눈을 감았다.
나무 가지는 수선거리며 나에게 말한다.
'벗이여, 이곳에 네 안식이 있다'고.
찬바람이 불어닥쳐 모자를 벗겨 갔지만,
난 뒤돌아보지 않았다.
이제 그곳에서 멀리 떨어졌건만, 나에게는
그 수선거림이 들린다. '안식은 이곳에 있다'고
제11곡. 봄날의 꿈
5월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갖가지 꽃,
새들이 즐겁게 지저귀는
푸른 들을 꿈에서 보았다. 그러나
닭울음소리에 눈떠보면 거기는 차고 어두우며,
지붕에서는 까마귀가 운다.
유리창에 나뭇잎을 그린 것은 언제일까.
가슴에 연인을 품게 될 날은 언제일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초 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