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드나무 한 그루 ♣
마을 어귀에 서 있는 버드나무 한 그루
수도승처럼 긴 머리칼과
하염없는 그림자
마을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누구나 버드나무 밑을 지나가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온몸에 묻은 버드나무 그림자를
금세 잊어버린다
저물녘, 노을진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버드나무 한 그루
사람들은 알 수 없는 힘으로
그 밑을 지나왔던 기억을 되살린다
마치 버드나무 아래에서
사진이라도 찍어 놓았다는 듯
밝음과 어둠 사이
알 수 없는 신비한 힘이
버드나무 한 그루를 거기에 있게 한다
'이흥섭' 시인의 '버드나무 한 그루'
입니다.
한번 보면 또렷하게
기억되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있는 듯 없는 듯 금방 잊어버리게 되는
나무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 나무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
너무나 조용히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보내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가장 쓸쓸한 순간이 오면, 언젠가 지나온
그 나무 그늘을 떠올릴지 모릅니다.
혹시, 지금 떠오르는 고요한
버드나무 한그루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누구의 그늘이 되어 주신적은 있으십니까?
녹음이 짙어지는 이맘때면
생각나는 곡이 있습니다. '엘비라 마디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제2악장-안단테'
영화 '엘비라 마디간' 테마곡입니다.
고요한 호숫가에서 미끄러지듯
배를 타는 느낌,
풀밭에서 나비를 잡으며 뛰어다니는
'엘비라 마디간'의 순수한 모습,,
사랑,,, 삶과 빵.
그 아름다운 불륜은 두 번의 총성으로
초원 위에서 사랑의 막을 내립니다.
위에 올린 곡은 제2악장 안단테,
아래 올린 곡은,
모차르트 / 피아노 협주곡 21번, C 장조, K 467
전 곡입니다.
날씨가 한 여름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그늘이 그리운 계절이지요.
지금 나는, 누구의 그늘 아래서
안주하고 있는지? 아니면, 나는
누구의 그늘이 되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이 한주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초 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