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흐-미사곡 2부 ♣ 오늘이 누이의 결혼기념일이라는 얘길 들었다 누이는 병중에 있고 매제는 먼 곳에 있다 연초부터 부쩍 눈곱이 끼는 팔순의 어머니가 기침처럼 고향에 가보고 싶단 얘길 한다 낮에는 서어나무숲을 걷는데 도토리 떨어지는 소릴 들었고 산비둘기 우는 소릴 들었다 밤에는 아내의 거친 숨소릴 들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귀는 오랜 우물처럼 너무 많은 것을 담아서 길어도 길어도 얘기가 마르지 않는다 당장이 급해 두 눈이 쌍심지를 켜고 세상 온갖 것을 보아도 삐딱하게 숨어 있는 귀를 막아서지는 못한다 뭉크의 「절규」는 눈이 아니라 귀를 그린 것이다 눈은 보이지 않는 것은 알 수 없으나 귀는 들리지 않는 것도 듣는다 빛은 지나가고 소리는 머물러 대지를 울린다 부처도 막판에는 눈을 감고 귀를 열었다 말했듯이 귀는 마르지 않는 우물처럼 담는 것이 아니라 퍼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귀가 앞에 달린 것이고 눈은 옆에 달렸다 그 탓에 우리가 이제껏 흔들려 옆으로 걷는 것이다 '박 철' 시인의 '귀'입니다. 귀는 오래된 깊은 우물 같아서 아무리 길어 올려도 마르지 않고, 눈은 아무리 열심히 본다고 해도 조용히 듣는 귀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눈은 빛이 있을 때만 잘 볼 수 있지만, 귀는 어둠 속에서도 듣습니다. 소라가 오래 남아 대지를 울리듯이 귀로 들은 것이 우리 마음에 더 오래 남습니다. 말로 전하고 귀로 듣고, 구전으로... 말씀으로 수천 년을 전해온 종교가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대축일~! 사순절을 지나, 부활절 성삼일이 시작됐습니다. '주의 만찬' '주의 수난' '파스카 성야' 이렇게요. 유대교의 유월절(逾越節, Passover)에서 유래한 부활절은 개신교와 천주교, 교파에 따라서 용어도 다르고, 격식도 달라졌습니다. 더 나아가, '너는 아니고 내가 맞다'로 갈등이 깊어졌지요. 용어가 달라도, 격식을 다르게 한다 해도 같은 길을 따라, 같은 곳에 도착할 텐데 말입니다. 종교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 수많은 음악가가 '미사곡'을 작곡했습니다. 물론 악성 '바흐'도 미사곡을 작곡하게 됩니다. 개신교와 구교의 갈등을 해소하고자, 그는 교파를 초월한 미사곡을 무려 25년 만에 완성합니다. 오늘날, '바흐의 미사곡'이 가장 인기 있는 곡이 된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개신교로 개종한 바흐가 25년 만에 신에게 자신을 고백하게 된 것입니다. 바흐-미사곡 2부는 니케아 신경 9곡, 상투스 1곡, 호산나 5곡으로 이루어진 곡입니다. 뜻있는 부활절, 줄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 초 립 - Bach: Mass in B minor, BWV 232 Artist ; Karl Richter 감사합니다. - 초 립 -
'좋아하는 음악(2)'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현스님 세상에서 가장 스픈... (옛 ,가수 : 이경미) (0) | 2019.05.09 |
---|---|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외 4곡 (0) | 2019.05.08 |
하이든 - 종달새 (0) | 2019.04.10 |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 싶을 때 듣고 싶은 ... (0) | 2019.03.26 |
브람스 교향곡 2번 라장조.작품 73 (0) | 2019.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