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2004. 9. 8. 선 물 | |
병원에서의 검사는 끔찍하기 이루 말할 데 없었다. 처음 '암 진단'을 받았던 몇년전엔 영문도 모른 채 그 지독함을 견뎌내고 눈물을 쏟아냈었지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이미 알고 받아야하는 검사는 두려움부터 앞서, 거부하고 싶은 심정까지 들게 만들었다. 핵 방사선 촬영으로 온 몸의 '뼈'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주사를 맞은다음 몇 시간을 기다렸다가 검사대에 올라가야 했다. 그 사이 CT 촬영을 해야했는데 그것은 더욱 끔찍한 것이다. 하얀 약물 한 통을 억지로 꾸역 꾸역 먹어야 촬영이 가능한 것이라..... 나는 그 지독하고 역겨운 하얀 약물을 먹으면서 몇번이고 토악질을 해야했다....... ......... .......... 드디어 검사 결과를 두고 담당의사와의 면담시간이 되었다. 언니와 오빠가 내 휠체어를 밀고 담당의사의 방으로 불려 들어갔다. ......... 담당의사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빙빙 돌려가며 길게, 어렵게 말을 하긴 했지만 우리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왜 그렇게 쩔쩔매며 설명하지 못하는지 이미 눈치 챌 수 있었다. 검사 결과는 끔찍했다.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란,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는 일 뿐이었다. ....... 나는 지속적으로 마인드컨트롤을 하느라 내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방송을 마쳤고 순간 순간 감사하는 마음만 가득했다. .......... 오래 된 컴퓨터가 자꾸 다운되며 말썽을 부린다는 나의 말에 늦은 밤, 새 컴퓨터를 들고 찾아와 연결해 주고 간, 나의 20년지기 팬(?). 아니 이미 팬의 차원을 떠난 동생. 정 군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며 새로운 컴퓨터로 일기를 쓴다. 정 군은 애써 눈물을 감추고 있었고 나도 활짝 웃으며 배웅을 했다. 그렇게 나는, 웃을 것을 약속했다. 좀 더 가벼운 외출용 목발 하나가 또 생겼다 그리고 또 하루를 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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