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정 일기

제목 : 2004. 9. 8. 선 물

목향 2009. 5. 1. 16:27

제목 : 2004. 9. 8. 선 물

병원에서의 검사는 끔찍하기 이루 말할 데 없었다.
처음 '암 진단'을 받았던 몇년전엔 영문도 모른 채 그 지독함을 견뎌내고
눈물을 쏟아냈었지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이미 알고 받아야하는 검사는
두려움부터 앞서, 거부하고 싶은 심정까지 들게 만들었다.

핵 방사선 촬영으로 온 몸의 '뼈'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주사를 맞은다음
몇 시간을 기다렸다가 검사대에 올라가야 했다.

그 사이 CT 촬영을 해야했는데
그것은 더욱 끔찍한 것이다.

하얀 약물 한 통을 억지로 꾸역 꾸역 먹어야
촬영이 가능한 것이라.....
나는 그 지독하고 역겨운 하얀 약물을 먹으면서
몇번이고 토악질을 해야했다.......

.........

..........

드디어 검사 결과를 두고
담당의사와의 면담시간이 되었다.
언니와 오빠가 내 휠체어를 밀고
담당의사의 방으로 불려 들어갔다.
.........

담당의사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빙빙 돌려가며 길게, 어렵게 말을 하긴 했지만
우리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왜 그렇게 쩔쩔매며
설명하지 못하는지 이미 눈치 챌 수 있었다.

검사 결과는 끔찍했다.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란,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는 일 뿐이었다.
.......

나는 지속적으로 마인드컨트롤을 하느라
내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방송을 마쳤고
순간 순간
감사하는 마음만 가득했다.

..........

오래 된 컴퓨터가 자꾸 다운되며 말썽을 부린다는 나의 말에
늦은 밤,
새 컴퓨터를 들고 찾아와 연결해 주고 간,
나의 20년지기 팬(?).
아니 이미 팬의 차원을 떠난 동생.
정 군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며
새로운 컴퓨터로 일기를 쓴다.

정 군은 애써 눈물을 감추고 있었고
나도 활짝 웃으며 배웅을 했다.

그렇게 나는, 웃을 것을 약속했다.

좀 더 가벼운 외출용 목발 하나가 또 생겼다
그리고 또 하루를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