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에 얽힌 이야기 |
바로 엊그제 (음 5월 11일) 시부(媤父)님의 기일이었다.
생전의 그 분을 떠 올리면 정성들여 제사를 모시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그 시부님의 기제사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제사를 지내면서 평소의 생각이 고개를 내 밀어 나름대로 느낀점을 말하고 싶은 거다.
요즘 심한 감기로 고생중이고 나이 탓일까, 그래서인지 며칠 전부터 제사걱정이 되었다.
늘 상 해 오던 일인데도 이번엔 더한 짜증이 인다. 더구나 죽기 전 행할 일이라 생각하니, 참 갑갑했다.
“그래. 우리나라 전통적 관습이고 미풍양속이며 며느리의 의무중 하나고 조상을 잘 모셔야 하고 어쩌고 ......”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잡지만 그러나 그것은 머릿속의 계산이고 실제 내 몸은 여유롭게 받아드려 지질 않는다.
그러나 어쩌랴! 눕고 싶은 몸을 억지로 일으켜 감겨지는 눈꺼풀을 치켜뜨면서 제수를 장만할 시장을 보았고 손아랫동서가 있기에 제사는 물론 잘 지냈다.
설. 추석, 명절을 비롯한 기제사, 시제 등등 그 일을 치러야 하는 것은 도리고 의무일 수도 있겠지만, 참으로 여자들의 과중한 짐이다. 그래서 결혼의 조건 중에 장남에게는 절대운운하면서 손 사례를 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번 홍콩 여행 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그 나라는 제사 일정도 가장 편리한 날로 임의로 정하고 음식도 우리처럼 지정된 것이 아니라 그냥 마음에 드는 걸로 (산 사람 먹고 싶은 것) 구입해서 딱히 진설 방법도 조율이시(棗栗梨枾), 홍동백서(紅東白西), 어동육서(魚東肉西), 좌포우혜(左鮑右醯) 등등 우리처럼 따지지도 않는단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그냥 “참 좋겠구나.”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다.
그렇게 지내는 그네들은 불효고 반드시 우리처럼 격식 따져 지내야만 진정한 효도라고 단언 할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오랫동안 이어 온 전통을 위의 한 예로 좋고 나쁨을 구분 지우기에는 무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좀 우리네도 변해야한다. 시대흐름에 맞게 좀 더 간편하게 하여 과중하게 어께를 누르는 중압감은 기필코 없애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개인적으로 시정 시행하면 되겠지만, 그것은 또한 정해진 룰을 벗어나는 일이니 마음 편 할리 없는 것이다.
꼭 격식 따져 지내야만 효도 하는 일이고 그렇지 않으면 불효하다는 말은 등식성립이 안 된다고 한다면 욕 얻어먹을 일일까?
우선 나부터 방법을 찾아야겠다. 다소의 불협화음이 생기더라도……. 나이든 내가 이럴 진데 요즘처럼 바쁜 시대 젊은이 들에게 무조건 예의고 법도니 따르라. 란 말이 쉽게 나 올 수 있을까? 모두들 폭넓게 생각 좀 해 보았으면 한다. 명절 한 번 지나면 이혼 건수가 늘어난다는 통계치를 그냥 묵살 할 수 있는가?
귀 기울여야한다고 힘주고 싶다. 진정한 효도는 격식에 있는 것이 아니고 정성과 마음에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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