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막내의 생일 / 1976년 5월27일

목향 2009. 5. 28. 16:30

 

 

 

* 막내와 함께  <푸켓 피피섬에서> 

 어제 5월27일은 막내의 33회 생일이다.

 1976년 5월27일 07:37분에 태어났다.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그날의 일이 생생히 기억난다. 고추 하나 달지 못하고  셋째 딸로 태어났기에 집안 모두는 얼마나 서운 했던지.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나기 며칠 전 진찰에서 의사는 <100% 아들>이란 말을 호언장담 했었기에 실망은 더했다. 당시는 초음파도 아닌 그냥 청진기로 소리를 듣고 판단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100%란 말을 쓸 수 있도록 자신했는지 모를 일이다.

의사도 많이 미안했던지, 아니면 볼일이 있어서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방 <입원실>에 들르지도 않고 아이를 받아 간호사에게 맡기고 바로 어디론가 출타했다고 내방한 간호사가 전한다. 간호사 왈 ,

“의사가 신도 아닌데 .......”

그렇기는 했다. 결코 의사를 원망해서는 아닌데 어떻게 내 진찰 차트에 <아들 100%> 란 말을 쓸 수 있을까? 진찰 후 나를 쳐다보면서 이번엔 틀림없이 아들이에요. 하면서 기록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먼 지나간 일이다. 그렇게 태어났지만, 그 애는 자라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바르게 자라며 공부도 잘해 주었고 무엇보다 속이 깊었다.

언젠가 말했다.

“엄마 내가 가장 듣기 싫은 소리가 뭔지 알아요? 그 모범생 이란 단어에요. 초, 중, 고를 지나면서 아니 사회생활을 하는 지금까지 나에게 붙어 다니는 이 말이 나를 알게 모르게 구속하고 있단 말이에요.”

그렇기도 하겠지.

또 이런 일도 있었지. 치열한 고3전쟁을 치루고 전기대 입시에서 명문 치의예를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셨지. 참 그때도 하늘이 노랗다는 생각을 했었지.

위로 언니 둘이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 대학으로이어져 처음 당하는 낙방이기에 아니, 믿었던 일이었기에 그 실망은 참으로 컸었다. 왜? 평소실력이 나오지 않았을까?  모의고사에선 항상 합격선에 들었는데 ...... 

 이후 서울 노량진에 있는 대성학원에서 1년 재수 하고 약대에 들어가 현재는 서울 소재 한 약국에서 관리약사로 근무 하고 있다. 지금에야 서운한 것도 아무것도 없고 그저 건강하고 바른 생각으로 사회생활 잘 하고 좋은 배필 만나기를 고대한다.  

 * 어쩌면 이번 생일이 결혼 전 마지막 생일 일지도 모르는데 멀리 있다는 이유로 미역국도 챙겨주지 못해 엄마이기에 많이 미안했다. 그냥 전화로 때우니 “엄마 괜찮아요.” 한다. 그냥 그 말로 때우고 넘어 갔다. 도 다음 기회로 미루고 ……. 안녕!
 

 

          * 푸켓공항 대합실에서 ( 밤 12시경) 지루한 시간을 책으로 .....

 

<막내야 ! > 언젠가 집에 다니러 왔다가 서울로 가던날 찍은 것 같다.  우리 아파트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