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정 일기

제목 : 2004. 12월22일.힙합 패션

목향 2009. 7. 5. 11:55

제목 : 2004. 12월22일.힙합 패션

날씨가 추워지니
방송국으로 외출할 때 옷을 입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전에는 체중이 줄어 입을 옷이 마땅치 않았는데
이제는 오른 쪽 골반의 암덩어리가 커진데다
다리가 굽은 채 굳어버려
입을 옷이 마땅치 않다.

내 생전 처음으로 Large Size의 패딩바지를 얻어 입었다.
하긴 뭐......
사이즈가 어떻든, 휠체어에 앉으면 그게 그것인것을......

매일 외출하기 전,
걸려있는 옷들을 한참이나 쳐다보고 쳐다보다가
결국은 어제 입었던 옷을 또 입고 만다.

24시간 정맥을 통해 '몰핀'주사를 맞아야 하기때문에
주사바늘은 항상 내 팔 목에 꽂혀있는 상태고
적당한 양의 주사약을 목에 걸고 다니라는 목걸이(?)에
지독한 통증이 찾아올 때마다 약물을 더 주입시키라고
팔에는 팔찌(?)까지 곁들였으니
옷을 입고 벗을 때마다
가능한 편리한 기능성에 더욱 중점을 두다보니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면
더욱 고를 것이 없어져 버린다.
여러겹은 껴 입기 어렵고
그렇지 않으면 추워서 견디기 어렵고
두터운 코트는 휠체어에 앉아 있기에 거추장스럽고

패딩 거위털 코트같은 것은
방송중에 사그락 사그락 소리가 나기에 안되고

무엇은 이래서 안되고
또 무엇은 이래서 안되고.....

오른쪽 다리는 부어있고
오른 발은 더욱 부어있기 때문에
아무리 좋고 두툼한 부츠나 구두가 있어도 소용없다.
그저 뒷 쪽을 꺽어 신어도 좋은 가죽 단화를 신는다.
그것도 왼쪽 구두는 제대로 신지만
오른쪽 구두는 꺽어서, 퉁퉁 부은 발에 걸치는 정도라고나 할까?

그래서 요즘 나의 패션 코드는 '힙합'이다.

...........
그러나 잠자리에 누워서도 벗을 수 없는
목걸이와 팔찌가 있는 힙합패션이라니...

참 안 어울린다.

......우와..... 무진장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