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2004. 12 6.링거액같은 빗방울 | |
똑,똑.. 빗 방울이 창문에 노크를 해댔다. 원래는 '눈'이었어야 했는데.... '대설'이라는 절기를 앞두고 '눈' 대신 '비'가 찾아왔다. 날씨는 쌀쌀해져 가고 날이 가는만큼 진통효과가 높은 몰핀으로 진통제의 수위는 올라가고 있다. 그 또한 며칠내에 곧 내성이 생길테고 또 더욱 용량이 높은 진통제로 약의 양은 늘어날 것이다. 그것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수용해야 할 것들이다. 그러나 아직도 내가 미처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들이 몇가지 있다. 첫번째는 얼마전의 일이었다. 주차창은 넓었지만 그곳에서 어떤 행사가 열렸기때문에 자동차를 댈 곳이 없어, 전날부터 전전긍긍하던 일이었다. 미리 그곳에 가야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양해를 충분히 구해놓은 상태였다. 당일, 그곳에 도착해보니 미리 약속되어 있던 주차할 자리에 다른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고 더 이상의 주차공간은 없었다. 워낙 숲길같은 언덕길을 구비구비 내려와야하는 곳이라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기에는 불가능한 곳이었고 건물 관리인이며 행사 담당자들이 나서, 그 자리에 주차되어있던 자동차를 빼 줄 것을 요청했었다. 그 사람은 차를 댈 때도 막무가내였다며 담당자들도 난감해하고 있었다. 10여분의 실랑이가 있은 후, 드디어 누군가 자동차 키를 들고 내려와 시동을 걸었다. 그때 건물 위쪽으로부터 큰 소리가 들려왔다. "야! 차 빼지마! 너 가만 안 둬!" 그 소리에 모두 위 쪽을 쳐다보았다. 실제 차의 소유주라고 했다. 그리고 또 이어진 한 마디에 난 그만, 울음을 떠뜨리고 말았다. "장애인이면 다야! #$%^.........." 그런 일이야, 성격이 좀 남다른 사람인가보다... 라고 접어두고 순간의 울음을 멈출 수 있었지만...... 요 며칠 전 내 얘기가 방송되고난 후, 나는 또 다른 종류의 오해나 편견때문에 울음을 삼키고 고개를 떨구며 외로워해야할 때가 많다. " 길은정이말야... 진짜 아파? 쇼 하는 거 아니구? 아니.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웃어?" "무언가 증명해 보여라. 그래야 내가 믿겠다" 라는 뜻의 말은 이미 너무 오래 들어왔고, 게다가 거짓은 오히려 더 잘 믿는 현실과도 부딪혀왔었는데...... ........그래서 더욱 외로운 나는 오늘 찾아 온 손님이 차라리 '눈'이기를 바랬다. 24시간동안 내 몸 속으로 투여되고 있는 몰핀 주사는 이미 오랫동안 내리는 지루한 장마같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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