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정 일기

제목 : 2004. 11. 15. 입 원

목향 2009. 5. 28. 13:55

제목 : 2004. 11. 15. 입 원

어제 밤 부터 언니와 나는 가방을 꾸리기 시작했다.

어디론가 멀리 신나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처럼..

우리가 여행을 떠날 곳은 다름 아닌,
종합병원이다.

말기암 환자에게 투여하는 진통제인 '몰핀'을
처방받고 주사맞기 위해서는 입원을 해야만 했다.

단 조건이 하나 있었다.

입원은 하되,
매일 생방송 시간에 맞춰, 외출 허락을 해 주겠다는 조건이었다.

우리는 이제 병원에서 방송국으로 출퇴근을 해야할 것이다.

그래도 매일 밤마다
언니를 깨워 울부짖는 일은 줄어들 것이란 생각에 마음이 놓인다.

그동안 집에서 혼자 지내야 할
강아지 '코코 샤넬'양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언니가 분주하게 다녀가겠다는 약속을 하긴 했지만....
그녀도 뭔가 우리의 새로운 움직임과 나의 아픔을
이미 눈치 채고 있는 것 같았다.

점점 야위어 가는 그녀의 얼굴과 눈동자에도 슬픔이 어려있다.

드디어 오늘 나는 입원을 하게 되었다.
지독하게 싫은 병원 냄새를 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