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타인의 글)

사모 /조지훈

목향 2009. 11. 28. 11:50

 

 

사    모


                             조 지 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 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션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 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잔은 미리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