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김수녕 양궁장에서

목향 2010. 8. 15. 11:25

 

김수녕 양궁장에서

 

 

좀 오랜만에 양궁장에 다녀왔다.

 

내가 양궁장에 가는 건 양궁장 둘레에 조성되어있는 우레탄 길을 걷기 위함이다.

또한 주변엔 산이 있고 숲이 있으며 숲 속 공원도 있기에 아침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걷는 기분이 참 상쾌하고 또한 내가 무리 없이 운전할 수 있는 있는 익숙한 공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십수 년 전에는 일요일에만 애들 아빠 따라 갔지만, 내가 퇴직 후 운전면허를 딴 뒤론 거의 매일 다녔던 곳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롭게 도로입구 공사가 시작되어 <제차 출입금지> 란 팻말이 세워지고 그사이 내 생활 패턴이 바뀐 탓에 꽤 오랜 기간 뜸했었다.


이후 이미공사가 끝 난지도 오래 인듯한데 습관이란 참 바꾸기 어려워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 다시 시작할까하고 한번 가 보기로 한 것이다.

역시나 입구길이 넓어지고 새롭게 포장되었으며 새로 심겨진 가로수와 가로등이 어울려 참 멋져 보였다. 한층 공기도 맑게 느껴져 휴 ~~가슴을 연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트랙을 걷고 있었지만, 변 한건 낯익은 얼굴이 한 사람도 눈에 띄지 않는 거였다. 그래도 전에는 목례정도라도 건네면서 인사 나누고 그중에는 시원한 본부석에 앉아 얘기장단 맞추는 친구도 있었는데 오랜만에 와 보니 좀 낯설다.


이곳에 오면 우선 손자가 생각난다. 하기야 그 아이는 늘 내 가슴 안에 있지만 할아버지와 짝을 이뤄 배드민턴 치던 모습, 까르르 까르르 웃던 그 귀여운 모습을 쉽게 떨쳐 버리지 못한다.

 

 “ 인아, 건강해야해. 그리고 공부도, 운동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또 한 사람, 젊은 애기엄마! 물론 성도 이름도 모르고 어디에 사는지도 몰랐고 다만 그 남편이 <만도> 란 회사에 나닌다는 것만 알뿐, 일요일 이른 아침이면 어김없이 온 식구(남편, 아기 둘, 애기 엄마) 넷이 총 출동, 이곳으로 소풍 나오기에 알게 된 사람이다.

 

나 역시 그 당시는 운전도 못했고 애들 아빠가 현직에 있었기에 일요일에만 시간을 같이할 수 있었다.

나는 단순히 운동을 목적으로 다녔지만 그 가족은 운동을 겸한 소풍지로 정해 놓은 듯 했다. 일요일만은 '비야, 비야, 오지 말라고.' 아이들이 기도한다고 했었다.

커피는 물론 감자. 고구마, 빵, 샌드위치, 과자 등 꼭 아이들 먹을거리를 준비해 왔는데 그때마다 내 것도 따로 챙겨서 건네주는 거였다.

 

특별히 고마움을 느끼고 있던 차 하루는 나보고 운전면허를 따 보라고 권고 하는 게 아닌가.  생활의 권태로움을 날려 보낼 수 있으니 시작하라는 거였다.망설이는 듯한 나를 보고 나이든 사람도 꽤 있다고 용기를 가지라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바로 어제 필기고사에 합격했으니 그 시험 문제집을 나에게 준단다. 고맙긴 하지만, 그때 생각엔


 ‘아무렴 문제집 없어서 못할까.’


내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귀퉁이로 흘려보냈는데 …….

 

다음 일요일, 정말 그 문제집이 애들 아빠 손에 들려져온 것이다. (내가 감기로 가지 않았기에)

문제집의 값이 문제가 아니라 일일이 지우개로 답란을 지워 보내준 성의가 너무 고마웠고 나 역시 딸까? 말까? 망설이던 운전면허를 그 기회를 계기로 바로 시행하게 된 것이다. 

그러기에 내가 이렇게나마 운전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애기 엄마 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이래저래 운전면허 시험장에 드나들다보니 한 동안 양궁장가는 일이 좀 뜸했고 정작 원하던 운전면허증을 챙겨 다시 양궁장에 나타났을 때는 그들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운전면허 따면 거하게 한턱 쏜다고 얘기한 것 때문이 아니라 고마운 빚을 갚으려고 정말 한턱내려고 했는데,

아마도 어디론가 남편이 전근이 된 모양이다.


이렇게 오랜만에 또다시 찾으니 어김없이 손자와 그 가족들 생각이 난다.

어디선가 그들 가족이 이글을 읽는다면 그도 <아! 그 사람 >하면서 반가워 할 텐데 그러나 만나기는 요원한 일일 것이다.

언젠가의 얘기 중 아이 낳고 건강이 나빠 꽤 오랜 기간 병원생활 했다고 했는데 어디에 살던 건강히 잘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참 마음이 고왔는데,

 

그리고 우연이라도 이글을 읽게 되기를 고대하면서 ........

 

 

 

* 푸른 초원의 드넓은 양궁장 모습  

이곳에서 열리는  전국단위 양궁경기 모습도 여러차례 보았다. 

 

 

* 위 사진의 사람들처럼 나도 가면 트랙을 걷는다.

우레탄으로 되어있어서 발이 편하다. 

 

 

* 사랑하는 손자

할아버지와 배드민턴 치던 모습  

바로 위사진은 현재 내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