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타인의 글)

문득 그리움 / 시: 최수월 낭송 : 고은하

목향 2009. 2. 28. 13:14


    
우리들의 나이에는 ...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 사귀는 일이 쉽지가 않습니다.
사람을 사귀고 알아 간다는 것이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한 일임에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만큼 복잡한 것도 없기에
서로에게 다가가기가 무엇보다
신중할 수 밖에 없겠지요.
그래도 당신과 내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푸근한 위안이며 기쁨이며
큰 행복인지 모릅니다.
우리라는 이름만큼 넉넉하고
편안한 불리움이 또 있을까요...
당신과 내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때
우리 서로 고달픈 삶이라 할 지라도
푸르름이 가득한 삶의 정원을
가꿀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과 믿음이 꽃피는
하루 하루의 꽃밭에
그 어떤 꽃보다 향긋한
사람의 향기가 머무를 것입니다.
물소리가 정겨운 개여울로
일상의 작고 소박한 이야기가 잔잔히 흐를 때
손에 손을 잡고 사랑의 징검다리를
우리 함께 건너 가요. 
꽃잎으로 수놓은 손수건처럼 
송알송알 땀방울이 맺힌 서로의 이마를 닦아 줍시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세상,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세상,
분명 꿈은 아닐테지요...
얼굴은 달라도 서로의 꽃이 될 수 있고
생각은 달라도 서로의 나무가 될 수 있고
삶은 달라도 서로의 숲이 될 수 있는 우리...
모질지 않게...
모나지 않게...
섭섭지 않게...
배려와 조화로 함께 어우러지는 삶...
황무지 같고 모래알 같은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우리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문득 그리움 
     시:최수월/낭송:고은하  
미안해서 차마 하지 못했을 까
상처될까 차마 하지 못했을 까
그것도 아니라면
사랑해서 차마 하지 못했을 까
잘가란 마지막 인사도 없이
저쯤 멀어진 사람
늘 울 밑에 핀 봉선화 연정이지만
가슴 터질듯 문득 그리운 날엔
칼바람에 가슴 할퀴지 않아도
질퍽한 붉은 가슴에선
처절한 갈대의 울음 소리가 난다.
그리움이 술이라면
취하도록 마셔버리면 되는 것을
그리움이 눈물이라면
슬프도록 쏟아버리면 되는 것을
하얗게 쌓여만 가는
그리움의 고통 하루살이 같은 것을
심장에 대못을 박아대는 아픔이다.
가슴 저린 그리움
긴 꽃대를 세운 서글픈 상사화로 피지만
빈 바람으로 불어오는
알알이 눈물 맺힌 천년 그리움
문득 그리운 날엔 그리움이 토악질을 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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