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자씨보다 조금만 크게 살면 돼 ♣
여보 우린 그저 조그맣게 살자
더 넓은 평수로 갈아타려고 아등바등
살지 말고 자가용 같은 거 끌지 말고
나는 게송 같은 시 절대 쓰지 말고
그렇게 살자
당신은 천장에 은하수가 반짝이는
좌판에서 달나라의 장난감을 팔고
재경이는 유치원에서 친구과 사이좋게
지내고 나는 밥상을 펴고 앉아
별것도 아닌 일로 시를 쓰며
조그맣게 살자
'성미정'시인의
'겨자씨보다 조금만 크게 살면 돼'
첫구절입니다.
신혼 초, 사랑하는 가족과 오손도손
셋방살이하던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나십니까?
작은 부엌에서 밥 짓던 아내
귀여운 내 아이,
가슴에 작은 꿈 그리던 그 시절이 그리우시지요?
이 시는,
저녁이 오면 함께 소파에 앉아
케로로 소대를 보며 낄낄거리고
우리 집의 제일 작은 재경이 방에
함께 누워 잠들자
너무 커다란 걸 가지려고 저 멀리
아득히 있는 것에 닿으려고 헐떡이며
뛰어다니다 쓰러지지 말고 다섯 살
아해처럼 고운 숨소리 내며 잠들 수 있도록
조그맣게 조그맣게 살자
겨자씨처럼 조그맣게
살자던 그로부터 족히 40년이 흘러 강산이
네 번을 변했으니
겨자씨보다 조금만 조금만 더 크게 살자. 로 끝납니다.
너무 커다란 걸 가지려고, 남을 이기려고,
헐떡이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가을이 깊어갑니다.
낙엽은 그렇게 떨어져 눕는 게 아니라
다시 시작하기 위해 날개를 다는 것이랍니다
조그만 소망으로, 헐떡이지 않고,
아해처럼 고운 숨소리,
가까이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고운 한주' 되십시오. -초 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