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재

서평 : 서정범 교수 (김종선의 "내 가슴의 별")

목향 2008. 12. 6. 11:19

 

 

 

희망과 아름다운 사랑을 추구하는 세계

                                                                                   徐 廷 範 교수 (전 경희대 교수)

 

<서평>  김종선 수필집  <내 가슴의 별>

 

 

 

 

김종선 님의 작품집 《내 가슴의 별》을 읽으면서 작가의 삶의 조각들이 작품으로 형상화 되어 아름다운 별빛처럼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가슴의 별>은 아름다운 슬픔들을 별로 승화시킨 작가의 깊은 안목을 발견하게 된다. 어린 시절 밤하늘을 수놓던 동심의 별들이 나이가 든 지금은 먼저 간 이들의 영상으로 떠올라 잔잔한 아픔을 동반한 사유의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별 노래를 아주 작게 허밍으로 부르며 저 세상으로 간 인연들과 내밀한 언어들을 주고받는다. 그들이 나보다 먼저 갔지만 저 드넓은 우주공간에 어느 별이 되어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에서 보면 별을 매개체로 한 작가의 심미안이 드넓은 우주적 공간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음을 발견한다. 특히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표현하는데 있어 유난히 빛을 발하던 한 별을 가슴에 묻었다로 형상화한 기법은 평범한 소재를 문학이 되게 하는 장치를 걸고 있다고 생각된다.

 

반면 작가에게서 별은 순수며 진실이고 희망의 상징성을 담고 있어 긍정적인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 세상은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리운 이들을 하나의 별로 품어서 그 별이 보이지는 않지만 가슴의 별이 되었다는 마무리는 인상적이다.

 

<영원한 자유의 길>,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마음의 등불>, <혼자 가는 길>, <먼 길 떠나기 전에> 등 다섯 작품들은 작가가 인생의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끝없는 질문을 하며 결국 불교의 교리에 접근해가는 과정과 그러한 신앙심을 바탕으로 화두를 열어가고 있다고 보겠다.

 

<영원한 자유의 길>에서는 해인사를 찾아 성철 스님의 사리를 친견한 작가는 불교에 더욱 마음을 기울이게 된 계기가 된다. 새벽단잠을 설치고 이곳에 와 냉기에 덜덜 떨면서 너덧 시간의 줄을 선후 친견한 성철 스님의 사리는 자세히 보면 볼수록 광채가 나고 신비스러웠다고 했다.

또한

“불교는 불생불멸과 중도의 세계를 깨치는 일인데 많은 선승들은 일체가 나지도 않고 일체가 멸하지도 않는 진리를 깨우쳐 영원한 자유의 길로 나가기 위해 화두를 붙잡고 뼈를 깎는 고행의 길을 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에서 작가는 불교의 교리에 접근하여 영원한 자유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서는 해남 대흥사를 찾아서 경내를 둘러보며 작가의 구도적인 자세를 통해 더욱 자기 성찰을 굳히고 있는 작품이다.  

 

“요사채를 막 돌아서려는데, 바로 사물이 걸린 누각이 따 버티고 서있다. 범종, 법고, 목어, 운판 그 앞으로 가사 자락을 날리며 혼신을 다해 두들기는 어느 한 승녀의 모습이 환상으로 나타나고 그 심혼의 소리도 들린다. 번뇌와 망상을 부수는 소리, 집착과 욕망을 부수는 소리, 깨달음을 깨치는 소리로…”

 

정지하고 있는 사물 앞에서 작가는 심혼의 소리를 환상을 통해 듣는다. 그러면서 자신의 내면의 세계 즉 번뇌, 망상, 집착, 욕망 등을 부수며 마침내 깨달음으로 가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깨달음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일체의 중생에게 불성이 깃들어 있다고 하는데 영원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성불의 경지, 해탈의 문은 누구든 들어설 수 있다며 긍정적인 사랑의 세계와 현실의 삶에 대해 다시금 옷매무새를 고치는 작가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

 

<마음의 등불>에서는 이러한 깨달음과 자아성찰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어떤가. -중략- 스스로의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반복 하곤 한다. -중략- 입으로 하느님을 수백 번 찾고, 부처님께 수천 번 절을 한다 해도 정작 마음의 등불을 켜지 않는 한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라는 구절에서 작가는 내면의 세계에 등불을 켜야한다며 보이지 않는 세계의 무게를 깊이 다루고 있다.

 

<혼자 가는 길>에서는 남편과 함께 속리산 법주사를 다녀오면서 가덕리 공원묘지를 들르게 된다. 수많은 주검들 앞에서 작가는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이며 생의 덧없음을 환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죽음을 돌아보게 된다. 죽음을 담담하게 자연의 한 현상으로 받아들이면서 그 죽음을 맞을 준비를 공원묘지의 많은 무덤들 앞에서 생각한다.

 

한편 등한히 했던 자신의 존재나 무게나 빛깔에 대해서 다시금 헤아려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그리고 영혼의 월동 준비는 바로 살아있는 지금 해야 할 것이라고 마무리를 하고 있다.

 

 

<먼 길 떠나기 전에> L교장님의 임종을 보면서

“정말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환원인가? 끝인가? 인생은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가? 문병을 마치고 돌아오는 늦은 밤 낙엽 진 포도를 걸으며 이렇게 인생의 근원적 문제를 생각해본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인 내가 그런 근원적 문제의 수수께끼를 무슨 수로 풀까”

 

라면서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또다시 봉착한다. 공자도, 플라톤도 프로이드도 죽음을 정의하려 했지만 이 영역은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풀기 어려운 과제라고 했다. 죽음은 자연의 순리인데 때론 모르고 사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하며 자연친화적인 사고의 세계를 보여준다.

또한

“살면서 쌓여지는 삶의 찌꺼기들을 하루하루 풀어내고 죽음으로 영원한 삶을 사는 옛 성현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욕심을 버리고 정직하게 사는 게 먼 길 떠나기 전에 살아 있는 자의 준비가 아니겠는가”

 

 라는 마무리는 유한한 삶 속에서 어떻게 인간이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삶의 지혜를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또 다른 시작>에서는 작가가 직장에서 정년퇴임을 한 후 공허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을 때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긍정적이고 희망적이고 사랑을 추구하는 그러한 세계의 맥락 위에 있다. 작가는 무엇부터 새로이 시작할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운전면허를 택한다.

 

학과는 문제가 아니었는데 실기에서 아들같은 강사였지만 차분히 배워낸다. 어렵게 운전면허증을 교부받았을 때의 성취감을 떠올리면서 이루지 못해서 후회하는 일들이 있다면 늦은 것을 후회말고 용기를 내어 시도해 보라는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작가의 젊고 진취적인 사고가 묻어나는 글이라 할 수 있다.

 

 

<1+1은 반드시 2> 에서는 IMF로 나라살림이 파탄에 빠졌을 때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작가의 인생철학을 담고 있다. 돈이 전부인 것으로 착각하는 풍조 때문에 이러한 나라안에 대환란이 온 것으로 여기고 근검절약하는 생활을 몸소 실천해 오면서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을 건너왔다고 서술하고 있다.

특히 요즈음은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는 시대이고 보면 1+1=2라는 산술적인 공식이 소용되지 않는 시대이다.

그러나 “지금도 소시민적 근성으로 1+1=2란 산술적 계산으로 사니 부자는 못되었어도 큰 고통이 살아진 것에 감사한다”라며 소박한 심성과 성실한 삶의 자세를 드러내고 있다.

 

 

<안개 속의 그 불빛>에서 영화를 누구보다 좋아했던 작가는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게 되면서 그동안 보았던 영화를 회상하면서 느꼈던 즐거움과 아름다움과 주인공들의 사랑에 심취한다. 그러면서 영화는 안개와 같은 자신의 삶 속에서 그 불빛이었다고 술회한다.

“그 많은 영화들은 그 시대, 그 주인공, 그 장면 그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내 사유의 뜰을 넓혀 주고 때론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방법인가를 가르쳐 준 지침서의 구실을 톡톡히 해주기도 한다.”

 

 

작가는 영화를 통해 삶의 지혜를 익히기도 하고 여유와 낭만을 공유하면서 꿈과 사랑을 키워왔다고 하겠다.

 

김종선 수필의 세계는

 

첫째, 신앙심에 깊은 뿌리를 둔 구도자적인 자세로 자신의 삶에 대한 부단한 성찰을 수행해 나가고 있다고 하겠다.

 

둘째 모든 사물을 자연의 한 현상으로 바라보는 자연친화적인 사고를 지니고 있다.

 

셋째 세상의 이치를 긍정적인 사고로 점철시키며 희망적이고 아름답고 진솔한 사랑의 세계를 품고 있다고 보겠다.

 

넷째 소박한 심성과 성실한 삶의 자세는 비합리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 참다운 교육자상의 면모와 삶의 지혜를 엿보게 한다.

 

 

끝으로 제목 선정, 주제를 선명하게 부각시켜 작가의 세계를 확연히 드러낼 수 있는 간결하고 중복됨이 없는 문장, 평범한 소재를 통하여 문학으로 승화시키려는 문학적인 장치, 독자로 하여금 글의 읽는 재미를 더하게 하는 수필적인 제 요소 등을 고심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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