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정 일기

제목 : 2004. 9. 24.날마다 조금씩 2...

목향 2009. 5. 11. 14:59
제목 : 2004. 9. 24.날마다 조금씩 2...

거의 한달 가까이
내 옆에는 카메라가 따라다녔었다.

KBS 1 TV 에서 매주 목요일 심야, 밤 12시던가? 에
방송되는 다큐멘터리 '병원 24시'를 찍었기 때문이다.
(10월 30일 목요일 밤에 방송된단다)

약 1주일가량 편집때문에 정신없이 지내다가
걱정되어 찾아와 오늘 다시 만난 '병원 24시' 촬영팀 PD는
나를 보고 깜짝 놀라는 듯 했다.

그 1주일 사이에 더 나빠진 내 몸 상태 때문이었다.

그리고 딱 한달만에 다시 찍어 본 X-Ray 상의 내 암 상태는
역시나 더욱 나빠져 있었다.
오른쪽 복부를 가득채운 암 덩어리가 더욱 커졌고
뼈를 향한 침식은 더 심해져 있었다.

따라서 통증이 더욱 심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불과 한 두달 전만해도
절룩거리면서 걸을 수 있었던 나의 다리....

겨우 한달 사이에 목발을 짚어야 하더니
이제는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할 정도로
진행속도가 빨랐다.

아직은 방송을 할 수 있지만
아예 목발조차 쓸 수 없을 때가 올텐데...
그 때가 과연 언제일지......
그것은 내 의지와 상관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웃고있다.
농담도 하고
즐겁게 방송일을 한다.

그런 나를 병원관계자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환자가 이토록 심각한 상황앞에
너무 태연해서
오히려 의료진이 당황하고 있는 모습이랄까?

마약성 진통제를 두배로 늘려 처방받았다.

그리고 가끔 우울해지는 시간도 생겼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피해사실을 말했고 그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자료가 있건만
그럼에도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저촉되는 법은 있어도

말기 암 환자라해서
그 지독한 통증을 겉으로 드러내야만 믿을 수 있고
웃으면 안되고, 죽음앞에 태연해도 안되고
꼭 병원에 누워 있어야만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