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행복한 몇시간 / 황원연 씨의 수필집을 읽고

목향 2008. 12. 21. 14:50

<황원연 씨의 수필집을 읽고>

 

 지금 창밖엔 눈이 펄 펄 흩날린다.

방안은 알맞게 따뜻하고 아주 마음이 평화롭다.

더구나 책자를 손에 든 나는 독서삼매에 빠져 이 시간만큼은 행복하기도 하다.

 

 내가 손에 든 책은 바로 <황원연> 씨가 쓴 수필집 <애벌레의 화려한 변신>이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그분이 제게 책을 보내 주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글 <한국수필 작가회에서 2008년 발간한 동인지> ‘추억속의 영화’를 읽고 그 후기를 너무도 기분 좋게 쓰셔서 제게 메일로 보내주셨기에 그 고마움으로, 또한 답례로도 읽어야겠다는 의무감에서 시작되었다. 또 한편으론 그분이 해군 사관학교 출신의 정예 간부로서 생활했다는 서문이 나를 끌어 당겼다.

 

나는 한창 젊은 날에 군인에 대한 동경심이 늘 마음 한 자락에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해야 옳다. 어쩌다 관람 하는 전쟁영화에서도 사람을 죽이고 죽는 잔인함의 연속이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 휴머니즘이 살아있고 또한 아름답고 사무치는 사랑의 물결이 한결같이 밑바탕에 깔려있기에 그런 맥락에서 연유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내가 이글을 읽는 동안 행복했던 이유는 위에서 얘기한 그 피상적 이유에 있었던 게 아님을 스스로 느끼게 되었다. 처음 한두 편을 읽기 시작하면서 너무도 담담한 그분 특유의 문체에 내가 매혹되었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원래 문장의 과장된 수식어를 제일 싫어하는데 바로 이분의 글이 내 입맛에 맞았다는 얘기다.

아침 08시에 읽기 시작해서 눈이 아파 책을 놓고 보니 시침은 정오를 가리키고 있었다. 꼬박 네 시간을 읽은 셈이다. 그 내용 중 몇 편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우선 서문에서 해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정예 간부로서의 매력이 나를 이끌었다고 했지만, 다음구절 역시 책에서 눈을 뗄 수없게 단근질을 했다.

“한 편의 수필로 추억과 희망의 나래의 수를 놓으며 인생을 관조하려 한다. 화려하지도 않은 나의 평범한 생애건만 심령의 생명수가 되고 싶다.” 는 문구였다.


<잊혀진 계절>에서 해군 장교로서의 씩씩한 기상과 정열이 잘 나타나있다.

해군의 정예간부로 가슴을 쭉 펴고, 눈은 전방 45도, 오대양을 호령하는 기개와 포부, 폼생폼사 의 대명사 산뜻하고 멋진 유니폼, 한 목숨 초계같이 국가를 위해 바치는 그 단단한 각오 그 모두가 매력 덩어리였다.


<첫 사랑의 향수> 에서도 첫사랑의 대상은 한 여인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동해바다의 푸른 물결이었다. 동해는 한 젊은이의 들끓는 피를 감싸주고 안아주어 정열과 기상을 불태우게 만들었다. 그리고 바다, 그 주변에 얽힌 모습과 사상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중년의 향기> 에서는 곱게 나이 들면 노년이 아름답다는 얘기를 적나라하게 표현해 내 마음의 위안을 주었다.


 제일 앞자리에 있는 작품 <수탉의 외침소리> 는 나를 어린 시절 고향으로 이 끌었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 월악산 농막에 갔을 때 아래 집 <최 씨네> 장닭의 늠름한 모습이 보기 좋아 한 컷 찍어 내 블로그 <삶의 이야기>에 올려놓았는데 그 수탉에 대한 글이 내 생각과 어쩜 그리도 같은지 호감이 같다.


<여자의 눈물>에서는 눈물의 표현을 어찌나 다양하게 그려놓았는지 엷은 미소를 머금게 했다. 닭똥 같은 눈물이 얼마나 많이 떨어졌으면, 눈물바다라고 했을까, 얼마나 잘 울기에 눈물단지라 할까, 눈물이 얼마나 크기에 눈물방울이라 할까, 얼마나 여린 마음을 가졌기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할까, 얼마나 천추의 한 이 되고 원한이 맺혔기에 피눈물 이라하며 오뉴월에도 서리 맺힌다고 할까. 얼마나 눈물을 흘린 비참한 현실이기에 눈물이 매 말랐다고 했을까, 얼마나 독하고 인정이 없으면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 할까, 그리고 얼마나희고 깨끗했으면 하얀 눈물이라고 했을까.

 

그렇다 어떤 종류의 눈물이던 눈물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마음의 거울이다. 배우들이 거짓눈물도 잘 흘리는 것을 보기도하지만 그래도 눈물은 인위적으로 그냥 만들어 내지 못한다. 가장 슬플 때 가장 기쁠 때 우리는 눈물을 흘리지 않던가!


<천사의 미소> 에선 딸아이가 결혼해서 손녀를 본 것 , 첫 외할아버지로서의 감동을 표현했다. 묘한 전율을 느꼈다고 했다. 내가 첫 외손자를 본 느낌이 되살아나 동감하고 즐거운 미소를 띠게 했다.


<지옥철> 에선 만원 지하철 모습을 그렸는데 그 숨 막히고 고역스러운 지하철의 풍경이지만, 지옥철의 그 고역도 장밋빛 희망찬 꿈으로 그리면서 강한 인간의 자부심으로 그려냈다.

그렇다. 지금 서울에 지하철이 없다면 어떨까? 그 뒤는 상상 할 수도 없다. 발이 묶인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이 묶인 것이 아닐까? 그것은 바로 삶이 묶인 것이다.

 

< 표정은 인격> 에선 표정은 그 사람의 마음이다. 얼굴은 그 사람의 정서를 잘 나타내 준다. 그러기위해선 미소가 필요하고 건강이나 기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미소 띤  얼굴은 상대방의 기분을 즐겁게 또는 편안하게 해 준다.

표정은 또한 첫 인상이 중요하다고 힘주었다. 정말 그렇다 일륜지 대사의 결혼도 대게 첫 느낌에서 저울질 되지 않던가.


<죽마고우> 나 <웅비의 SBC>에선 친한 친구의 죽음을 애도한 글이다. 이글에선 삶의 허무라 할까, 누구나 비껴 갈 수 없는 길이지만, 그 길을 좀 더 멀리 두기 위해서 삶의 자세를 제시한 글이라 하겠다.


 이외에도 많지만 다 쓸 수 도 없거니와 남의 글을 비약도 줄여서도 않되 겠기에 또한 무엇 내가 잘 안다고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아무튼 몇 시간이라도 나를 행복하게 이끌어준 저자께 감사드리고 가정의 행복과 건강과 문운에 항상 행운이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비는 바이다.    

'삶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 방문연지 1개월, / 방문 2,867 회  (0) 2008.12.26
이상한 전쟁  (0) 2008.12.24
초등학교 <체벌허용> 절대 반대한다  (0) 2008.12.17
교단 첫 학교 끝 학교  (0) 2008.12.16
천 가닥 바람이 되어  (0) 2008.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