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사색의 침잠에 묻혀

목향 2009. 2. 9. 14:30

 

 

 

 

 

 

사색의 침잠에 묻혀 

 

 

 

 

 

 

 월악산 억수계곡 숲길

 

 

 

6cm의 눈이 내린 숲길을 아침저녁 약 30분씩 산책하면서 사색의 침잠에 들었다.

월악산 억수계곡, 공원 순찰차가 하루, 두 세 차례 오 갈 뿐 적막강산이다.

 

깊은 겨울철이라 공기는 싸하지만 그래도 <설>을 기점으로 날씨가 많이 풀린 데다 다져지지 않은 눈길이기에 미끄럼 없이 보통 보행을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따금 푸드덕 날짐승의 날갯짓에 푸석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눈 뭉치, 어디선가 호로록 킥 새소리만 간간히 들려온다.

그렇게 시원스레 흐르던 계곡물도 겨울가뭄을 못 견디며 얼음 속에 묻혀 깊은 잠을 자는 듯 고요하고 나목들도 으스스 떨고 있지만 가끔 마주치는 군락 소나무들은 독야청청 푸른 기상을 여전히 뽐내고 있다.


무념의 사색이란 말이 성립되는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아무런 생각 없이 머리를 비우기  위해 걷는 이 길에서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런 저런 잡생각들로 오히려 벅차다. 현실적으로 크게 걱정 근심은 없는 것 같은데 이 무슨…….

그러나 좀더 깊이 들어가 보면 무언가 쉽게 풀어내지 못하는 찌꺼기가 남아 있는 증거이리라.

 

생각의 꼬리는 이어지고 그러다 보면 결국은 ‘그래 나도 사람이니까(?)’ 이렇게 어설프게 정의를 내리고 만다.

그리고 억지로라도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 의 말을 곱씹는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어찌 사람인 내가 무조건 아무런 생각 없이 안일 한 것만 고집 할 수 있을까! 아직은 숨을 쉬고 있는데…….

 

그냥 걸으며 뇌까린다. ‘나도 사람이다. 고로 외롭고 고독하다.’ 인간이면 누군들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러니 이러한 시간을 아니, 이 한가로움을 단 얼마라도 만끽 할 수 있는 이 현실이 축복이라고 자신에게 일러주어야 하지 않을까, 만일 이 선상에서 한 발자국만 비껴서도 내 스스로를 감내하기 힘들 테니까.

 

그냥 그렇게 믿고 싶어 주문을 건다. <감사합니다!> 나 자신에게 아니 주변 모두에게 한 걸음 더 나가 신에게 거짓 없는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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