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에 묻혔던 월악산 계곡 >
눈 내린 월악산 억수계곡은 말 그대로 적막강산이다. 북경에서 모처럼 친정집에 온 큰애 식구들의 오롯한 휴식을 위하여 또한 나 자신의 쉼터로 월악산 깊은 골짜기 동생네 농막을 찾았다. 이따 끔 공원 순찰차가 지날 뿐 인적이 없다. 흔히 쓰는 말 중에 “개미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다.” 란 말이 있는데 딱 그 말의 안성맞춤 격이다. 고즈넉한 이 분위기가 나는 참 좋았지만, 처음으로 이곳에 온 사위는 집이 너무 옹색하고 처갓집 어른들이 많은 분위기에서 많이 불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군소리 한 마디 없이 해 주는 음식 잘 먹으며 주위분위기에 적응해 주어 고마웠다.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라 갈수록 든든하고 성실하며 책임감 있는 모습이 발견되어 내가 참으로 맏사위는 잘 봤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욕심을 부린다면 조금만 더 체중 감량에 힘썼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그의 건강을 위해서 ……. 차제에 동생 내외에 많이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제부는 한 겨울 동안 집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보일라 호수 물까지 비워 둔 상태였는데 손님맞이를 위해 그 추위를 감내하며 정비했고 장작을 준비하고 난로 까지 손 봐서 전혀 춥지 않게 요소요소 배려 해 주었다. 또한 동생도 토속 음식을 성의껏 준비해 식욕을 당기게 할 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신경 써 주었다. 직접 주은 도토리로 묵을 쑤어 만든 묵이며 부침개, 손에 상처까지 입으며 뜯은 취나물, 다래 순등으로 만든 곤드레 밥, 만두피까지 직접 밀어 만든 떡국 등, 큰애 왈, “엄마, 이모처럼 음식을 깔끔하고 담백하게 만드는 사람도 드믈 거야.” 된장찌개 한 가지로도 뚝딱 밥 한 그릇 비우게 하니......” 입맛이 없다며 몇 숟갈 들지 않던 큰애도 이곳에 온 후론 모처럼 맛있게 먹어 주었다. 아마도 어려서부터 이모의 손맛을 맛 드린 탓일 게다. 나는 그 일이 내가먹는 것 이상 흐뭇했다. 나를 대신해 친정 엄마 노릇을 톡톡히 해 준 동생에게 거듭 고마움의 인사를 보낸다. 덕택에 나는 하루 두 차례 눈 내린 오솔길을 걸으며 한 겨울 침잠에 묻혀 영혼의 안식을 살찌우고 …….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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