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정 일기

제목 : 2003. 5월 26일. Sound of Music

목향 2009. 3. 25. 14:55

제목 : 2003. 5월 26일. Sound of Music

4년전 쯤, 내가 살던 아파트 근처에 그나마 유일하게 남아있던 비디오 대여점이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었다.

대부분의 비디오테입은 다른 가게로 넘겨지고
그리고도 남은 비디오테입들을 작품에 따라 천원에서 만원 수준으로
원하는 사람들에게 판매를 했었다.

그때 나도 몇편의 영화 테입을 구입했었다.
'로마의 휴일'등 몇편의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들은 무척 비쌌었다.
그 작품들은 부르는 게 값이라며
그나마 이렇게 살 수 있는 게 행운이라고 단 한푼도 에누리없이 비싼값을 치르고
구입을 해뒀다.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를 비롯해 여러가지 인상깊게 봐왔던 영화테이프를
골라 사서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여행중에 디즈니 만화영화 몇편을 사온 것까지 합치면
꽤 여러편의 비디오 영화를 아무때나 볼 수 있는 축복을 받은 셈이다.

그 중에서 때에 따라 기분을 바꿔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는 영화가 있다.
특히 몹시 우울할 때마다 나는 'Sound of Music' 을 본다.

하도 여러번 보아서 대사를 다 외울정도지만
그래도 언제나 내 마음을 밝게 만들어 주는 명약같은 영화다.
기타를 든 씩씩한 발걸음의 쥴리 앤드류스가 연기했던 '마리아'의 캐릭터는 우리 누구나 원하는
아름다운 여인과 어머니의 모습이 아닐까?
고해할 줄 알고, 현명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맑은 새와 같은 노래를 부르는
그 여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삶을 긍정적으로 보고, 노래로 사랑을 이어가며 지혜롭게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여인.
조국 오스트리아가 독일에 합병되는 전시 상황에서
절대 조국을 버리고 독일군 지휘관으로 가야하는 명령을 따를 수 없다는
일심. 애국심.
권위적이며 까다롭게 비춰지던 '폰트랩'장군의 캐릭터 역시 신뢰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군의 명령에 따를 수 없어 탈주를 계획하다가
음악회에 출연하게 되는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의 장면은
언제나 가슴이 울렁거리게 한다.
" ....... blossom of snow may you bloom and grow
bloom and grow forever~  Edelwiss- Edlwiss~ bress my HomeLand forever....."

에델바이스라는 노래로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변절자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다고 부와 명예를 모두 버리고
가족을 이끌고 알프스산을 통해 국경을 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알프스산의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인간의 정직하고 순수한 마음이
조화를 이뤄, 더욱 빛을 발하게 한다고 느낀다.

나는 내 마음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땐,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본다.
날이 밝도록 몇번이고 보고 또 봐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더러는 디즈니 만화영화인 신데렐라도 보긴 하지만
사운드 오브 뮤직 만큼 감동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러면서.....
맑은 동요음반을 반드시 만들어야 되겠다는 의지를 다듬는다.
요즘 어린이나 아기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유행하는 대중가요 댄스뮤직, 힙합, 테크노가 아니다.
과외 공부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편안한 정서이며,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어릴적부터 짜여진 영재교육을 받고 적성과 상관없이 미술학원으로 피아노학원으로
태권도 도장으로 향하는 아이들이
그 시절에 맑은 어쿠스틱 악기의 동요를 듣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 공격적 성향과 이기적 심성을 가질 확률은 매우 높다.

나는 가끔, '길은정안티카페'라는 곳에서 허무맹랑한 비논리로 음해를 하고
끝없는 오해를 하고 욕설을 서슴없이 써내려가는 사람들의
어린시절을 알아보고 싶기도 하다.
분명히 안정적 이고 평화로우며 행복한 환경에서 자랐다면
함부로 인신공격을 하는 글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짓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가진 인성이 불쌍하기까지 하다.
사회에 나와서는 안그런척, 착한 척, 평범한 모습을 보이다가
참았던 분노를 엉뚱한 곳에다 쏟아놓는 일을 하면서
누가 알까봐 두렵지 않을까?
언젠가는 다 드러나게 될텐데......
그리고 하늘이 알고 있는데......

나는 그들을 빨리 만나볼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이버상의 맹목적 테러는 근절되어야 하고
인터넷 실명제가 현실화 되기를 기대하고
사이버테러의 근절에 나도 한 걸음 앞장 설 각오를 하고 있다.

오늘도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았다.
정직함, 정의로움, 자기 반성, 그리고 고인 연못처럼 머무르지 않는 끝없는 정진에 대해 생각하고
쓸데없는 '고소'사건에 휘말려 작업이 중단되어 있는 음반 제작 작업을
성실히 할 수 있길 바라며
모든 일은 뜻대로 하소서..... 기도를 드렸다.